▲ 지난 22일 ‘지광국사탑 해체 보고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오염원 제거 등 세척… 2019년까지 복원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긴 여정에 들어갔다. 그간 잦은 이동과 6.25 전쟁, 세월의 영향으로 이곳저곳 성한 곳 없던 석탑에게 모처럼 휴식기가 주어진 셈이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최고의 승려에게 내리던 ‘왕사’와 ‘국사’의 칭호를 받은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탑이다.

현재 해체작업 중인 지광국사탑은 내달 6일 경복궁을 떠나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운송된다. 이곳에서 탑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경복궁에선 지광국사탑 해체 보고식이 열렸다. 보고식에선 부재 해체 시연이 진행됐다. 첫 해체 대상은 탑의 가장 위에 있는 ‘보주’.

성인 몸통보다 조금 작은 보주가 크레인에 의지해 탑 밑으로 천천히 내려오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내 해체작업팀 4~5명이 손을 뻗어 이를 감싸 안아 상자에 조심히 넣었다. 이후 보주 주변에 솜포를 빈틈없이 채웠다. 문화재를 옮길 땐 무진동 차량을 사용하지만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해서다.

▲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본래 모습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해체 작업은 한 번에 진행되지 않는다. 탑을 이루고 있는 부재 하나하나를 옮겨야 하는 이 작업은 내달 2일이 돼서야 끝난다. 이후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2019년까지 복원될 계획이다.

지광국사탑은 화강암으로 제작된 높이 6.1m의 탑이다.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부터 유행한 팔각원당형 양식에서 벗어나 평면 4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팔각원당형이란 기단과 탑신 등이 팔각형으로 된 형식이다. 탑은 아울러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묻어나 고려 시대 사리탑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광국사탑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다. 석탑은 본래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법천사터에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일본인에 의해 옮겨져 1912년 일본으로 반출되면서 고향, 그리고 탑비와 이별했다. 석탑은 현 위치로 오기까지 최소 9차례나 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석탑은 앞서 정기조사,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정밀안전진단 등을 한 결과 다수의 균열과 시멘트 복원 부위 탈락 등이 확인됐다.

▲ ‘지광국사탑 해체 보고식’에서 관계자들이 부재해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석탑이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가장 큰 손상을 입었던 때는 한국전쟁 당시다. 폭탄 피해로 옥개석을 비롯한 상부 부재가 1만여 조각으로 파손됐다. 이를 195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재건보수공사로 복원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기고 옥개석, 상륜부의 구조적 불안정으로 석탑의 추가적인 훼손이 우려됐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전면 해체 및 복원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또 한 번 이동하는 석탑은 세척과 시멘트 몰탈 상태를 진단하는 데만 올해를 다 보낸다.

세척방법은 오염물별로 다르다. 흑화 오염물은 레이저 세척으로, 생물 오염물은 건습식 세척으로 제거한다. 백화 오염물에 대해선 스팀, 라텍스, 드라이아이스 세척 등 예비실험 후 제거방법을 선택한다. 연구팀은 세척 전후 정량평가와 표면 오염물 분포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후 석탑은 2017년에 시멘트 몰탈 제거, 결실부재 모형 및 신석 제작, 2018년에 균열 부분 등 접착, 강화처리 과정 등을 거쳐 2019년까지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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