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NCCK 김영주 총무,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부활절을 앞두고 천주교계와 개신교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비추자는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1일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의 빛이 여러분과 늘 함께하시길 기도한다”며 “부활의 빛과 기쁨, 평화가 한반도 방방곡곡에 그리고 북녘의 동포들에게, 더 나아가 온 세상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염 추기경은 소통과 교류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특별히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북한의 핵 문제가 잘 해결되고, 남북 관계도 단절과 적대관계가 아닌 소통과 협력관계로 변화되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가 넘치길 기도드린다”는 염원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예수님께서 수난(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당한 고난)하시고 죽으셨던 때처럼 어둡다”면서 “신앙인들은 부활의 빛을 받은 사람들로서 더 이상 어둠 속에 머물지 않고, 믿음 안에서 희망과 사랑의 빛을 세상을 향해 비추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2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을 맞아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이기심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서로 자리다툼을 하는 제자들에게 ‘서로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며 “이번 총선에서 우리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봉사자들을 선택하도록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 사회적 약자 돌봐야”

개신교계도 부활절을 앞두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제목의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 ‘주님의 양’은 누구이며, 부활하신 ‘예수께서 가장 먼저 찾아가신 갈릴리’가 어디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는 지난 사순절 동안 동양시멘트 비정규·해고 노동자의 농성현장, 세월호 고난현장, 일본군 ‘위안부’ 집회현장, N포세대 청년들, 거리의 노숙인 등을 찾았다.

김 총무는 “칼바람이 부는 우리의 자리다. 고단한 삶들의 아우성을 외면한다면 우리 중 누구라도 행복을 지속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주님의 다시 사심을 믿는 우리는 주님을 따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죽음을 관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건너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희망과 부활의 빛을 세상에 건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악화된 남북관계를 언급하며 “절망과 상처가 삼켜버린 듯한 오늘의 세상에서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도 소외된 이웃을 품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기총은 “참된 복음의 진리가 선포되는 곳곳마다 죄의 사슬에서 해방돼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영생의 기쁨이 넘치기를 소망한다”면서 “주님의 십자가는 희생이며, 사랑인 동시에 온 인류를 위한 대속이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부활의 생명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님께서 이 땅에서 행하신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신 것’이었다”며 “우리 주변에 약한 자, 소외된 자들을 품어야 한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돌보고 치료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교연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죄 가운데서 신음하고 있다. 전쟁과 폭력, 질병과 기근의 재앙에 덮여 있다”며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가난과 장애, 차별로 신음하는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겸허한 성찰과 진지한 각성을 촉구한다”며 “희생과 섬김의 본을 보이신 주님을 따라 우리 사회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소망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들은 “남북이 적대적 대결을 끝내고 하나님의 손에서 하나가 되는 평화 통일을 이루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는 부활절 전날인 26일 저녁 8시 ‘부활 성야 미사’와 부활절 27일 오후 12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교좌 명동대성당 등 전국 성당에서 각각 봉행한다.

‘2016 한국교회 부활절 준비위원회’는 한기총과 한교연 등 60여개 교단이 오는 2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로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고 밝혔다. NCCK는 오는 26일 밤 11시부터 27일 새벽 1시까지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서대문 형무소 역사문화관에서 ‘100년의 고난’을 주제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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