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헤비메탈 걸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 첼씨어터에서 배우들이 헤비메탈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수로 프로젝트 16탄 작품정리
해고 대상된 여직원 4인방
헤비메탈 도전기 코믹하게 담아
보기드문 여배우 주축 연극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6년을 몸 바쳐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대상이 된 30~40대 여직원 4명이 듣도 보도 못했던 헤비메탈 삼매경에 빠졌다. 현대 소시민들의 직장 애환을 풍자하며 직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헤비메탈 걸스’가 관객들을 찾았다.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남자 배우들이 주축이 된 대학로 연극판에 여자 배우들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연극이 나왔다. 바로 제목부터 색깔이 드러나는 연극 ‘헤비메탈 걸스’다.

‘헤비메탈 걸스’는 정리해고 대상이 된 여직원들이 신임 사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헤비메탈을 배우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영, 은주, 정민, 부진은 중소기업 식품개발부에서 16년 동안 동고동락한 회사 절친한 동료들이다. 예쁘고 젊은 창창한 20대가 아닌 4인방은 임산부이며, 39살 노처녀, 남편과 아들을 호주로 보낸 악착 40대 기러기 엄마, 실적도 부진하고 이름도 부진인 어리바리 막내 등으로 구성됐다.

착실하게 회사생활만 해온 이들에게 정리해고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4인방을 구해줄 방법은 단 하나다. 새로 부임하는 사장 마음에 드는 것.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장은 헤비메탈 광팬이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쓰나미를 이겨내기 위해 4인방은 시끄럽고 요란한 헤비메탈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 연극 ‘헤비메탈 걸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 첼씨어터에서 배우들이 헤비메탈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지만 헤비메탈을 배우는 일은 시작조차 쉽지 않았다. 유부녀와 노처녀들을 받아주는 헤비메탈 학원이 없었던 것. 마지막으로 찾아간 학원만이 4인방을 받아줬다. 선생님은 전직 헤비메탈 밴드 출신이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된 괴팍한 두 남자. 한 달 단기속성과정으로 헤비메탈 강습을 받게 된 4인방은 욕하기, 헤비메탈 걷기, 서서 똥 싸는 자세, 헤드뱅잉 등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헤비메탈은 이들에게 생소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헤비메탈을 마스터해 무대에 오른 4인방은 과연 새로운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연극은 단순히 헤비메탈을 배우는 40대 여성이 아닌 이 시대를 억척같이 살아가는 나와 내 친구들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힘든 삶 속에서도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세상에 소리치고 있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위로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초연한 ‘헤비메탈 걸스’는 2014년 재공연 당시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산업’ 우수작품으로 선정됐으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번엔 배우 겸 프로듀서 김수로의 공연 브랜드인 ‘김수로 프로젝트’의 16탄으로 선정돼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또 김수로의 절친한 동료 배우 강성진이 처음으로 제작프로듀서로 나섰다.

14일 서울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진행됐던 프레스콜에서 김수로는 “지난해 처음 이 공연을 보고

▲  연극 ‘헤비메탈 걸스’ 프레스콜이 진행된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쁘띠 첼씨어터에서 배우들이 헤비메탈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말 좋았다. 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앵콜이 올라오지 않아 물어보니 여배우가 많이 나오는 작품은 제작사나 투자자들이 안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이유에 대해 김수로는 “연극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여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괜찮은 남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오면 작품이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좋은 작품이 대학로를 찾아주는 많은 대중들 관객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연극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는 배우들에게도 생소했다. 배우 한세라는 “극작가인 최원종 연출가님께서 메탈 장르 중에서 데스메탈을 원하셨다. 뮤지컬같이 곱게 내는 것들을 연습하고 레슨을 받다가 거꾸로 하니까 힘이 들더라”라며 “목이 나가고, 뮤지컬을 포기하고 올 정도로 여배우들이 애착이 있다. 많이 보러 와달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의 이야기가 중점인 연극에 이름이 알려진 남배우들의 모습만 나온 점이 아쉽다.

‘헤비메탈 걸스’는 15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쁘띠첼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