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쇼트트랙 편중…김연아 앞세운 피겨와 스피드서 첫 금 목표

지난 2003년 7월 2일(이하 한국시간) 체코의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총회를 열어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창’이 아닌 ‘밴쿠버’였다. 1차 투표에서 51-40으로 앞서고도 2차 투표에서 53-56으로 뒤집힌 것이다.

당시 IOC내 여론은 한국의 동계스포츠가 북미나 유럽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캐나다 밴쿠버로 쏠렸다는 것이 우세했다. 평창이 1차 투표에서 밴쿠버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이긴 것 자체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바로 평창에게 첫 아픔을 줬던 그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오는 13일부터 벌어진다. 이번 동계 올림픽은 내년 평창이 2018년 개최권을 놓고 ‘삼수(三修)’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더 이상 동계스포츠 불모지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때마침 시기도 좋다. 특히 ‘피겨 여제’로 우뚝 선 김연아의 첫 올림픽 금메달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쇼트트랙에만 치중됐던 빙상 금메달이 피겨뿐만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까지 확대되는 것이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목표다. 그동안 한국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17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한국 선수단의 계획대로라면 첫 번째 금메달은 오는 14일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나온다. 이날 이호석, 성시백, 이정수, 김성일, 곽윤기로 구성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1500m 금메달을 놓고 한판 결전을 벌인다.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이규혁, 문준, 이기호, 이강석, 모태범이 나서는 남자 500m 결선이 16일에 벌어지고 18일에는 남자 1000m 결선이 열린다. 이상화, 이보라, 오민지, 안지민으로 구성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은 17일 500m 결선을 통해 금메달을 노린다.

만약 16일부터 18일까지 벌어지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최소한 2개의 금메달을 건진다면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하는 2회 연속 10위권 진입에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후 전통 메달밭인 쇼트트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21일에는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선과 여자 1500m 결선이 이어지고 25일에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이 벌어진다. 남자 쇼트트랙의 경우 성시백, 이호석 등이 금메달 후보로 일찌감치 떠올랐지만 여자의 경우 중국의 기량이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가여서 결국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의 색깔이 좌우될 전망이다.

오는 26일은 김연아의 명실상부한 ‘여제 등극’이 걸린 날이다. 24일 쇼트 프로그램을 치르는 김연아는 26일 프리 스케이팅을 통해 메달 색깔을 결정하게 된다. 안도 미키와 아사다 마오 등 일본세가 계속 도전장을 보내오고 있고 조애니 로셰트가 안방 팬들의 응원을 업고 최고의 연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어 김연아가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김연아의 여제 등극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날인 27일에는 무려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자부에서는 500m 결승, 5000m 계주 결승이 있고 여자 1000m 결승도 벌어진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국이 500m 같은 단거리에 약점을 보이고 있어 남자 500m의 금메달 획득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이호석이 지난해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어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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