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 마이 그랜파’ 스틸. (사진제공: 판씨네마)

영화 ‘오 마이 그랜파’ 리뷰

전작 젠틀한 노신사 이미지 벗고

걸죽한 입담 가득 할아버지 연기

결혼 앞둔 새신랑 손자 제이슨

플로리다로 갑작스런 여행 떠나

사고뭉치 할아버지 뒤처리로 분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인턴’에서의 점잖은 멘토는 잊어라. ‘로버트 드 니로’가 손자 ‘제이슨 켈리(잭 에프론)’를 위해 발칙하고 음흉한 새로운 멘토로 돌아왔다.

지난해 영화 ‘인턴’에서 수십 년의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인생 경험을 토대로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에게 성공보다 중요한 인생의 행복을 깨우쳐 준 ‘벤 휘태커’를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

이번엔 손자의 멘토가 됐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젠틀하고 중후한 노신사의 모습을 탈탈 벗고 7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 넘치는 흥부자 할아버지 ‘딕 켈리’로 변신했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아내의 장례식을 치르는 딕 켈리와 가족들이 슬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딕은 아들과 손자 제이슨 켈리에게 “제이슨과 함께 플로리다에 갈 것”이라고 선언한다. 노환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됐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처럼 교류가 없어 할아버지와 어색했던 제이슨은 여행길이 꺼림칙했다. 어릴 적 사진작가가 꿈이었지만 현재는 아버지의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해온 제이슨은 계획에 없던 여행이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제이슨은 다음 주 결혼식까지 앞두고 있다. 결국 제이슨은 딕과 함께 플로리다행을 결정한다.

▲ 영화 ‘오 마이 그랜파’ 스틸. (사진제공: 판씨네마)

이들의 여행길은 시작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할아버지 딕과 앞뒤 꽉막힌 허당 손자 제이슨의 의견 차이는 계속됐다. 딕은 “아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라고 했다”며 사사건건 사고를 치고 다닌다. 뒤처리는 모두 제이슨의 몫. 그런 할아버지가 이해되지 않는 제이슨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예비 신부에게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바쁘다.

우연히 제이슨은 고교 동창 ‘샤디아(조이 도이치)’를 만나고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는 샤디아를 통해 잊었던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와중에도 사고를 치는 뻔뻔한 할아버지 딕은 관객마저 화나게 한다. 결국 제이슨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할아버지 딕의 계략이다. 딕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제이슨에게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끌리는 대로 사는 인생’을 몸 사리지 않고 가르쳐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어딘가 수상하다. 골프 카트를 열쇠 없이 전선을 이어 시동을 거는가 하면 흑인 일진들을 단숨에 넘어뜨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딕. 과연 손자 제이슨은 할아버지 딕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오 마이 그랜파’와 ‘인턴’은 멘토링이라는 설정과 그 멘토가 ‘로버트 드 니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의 멘토링 방식은 다르다. ‘인턴’ 속 벤은 먼저 줄스가 상황에 부닥치고 어려움을 겪을 때 나타나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한다. 반대로 ‘오 마이 그랜파’ 속 딕은 어려운 상황에 제이슨을 밀어 넣어 진짜 인생을 찾아 준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가 같다는 것은 틀림없다.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Dirty Grandpa(더티 그랜파)’로 저속하다. 50여년의 연기 생활로 수많은 명작에서 명품 연기를 선보인 로버트 드 니로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거침없고 섹시한 할아버지로 분했다. 영화 ‘인턴’의 벤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봤다간 큰코다친다. 필터 없는 19금 대사는 물론이거니와 거침없이 쏟아내는 입담은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든다.

▲ 영화 ‘오 마이 그랜파’ 스틸. (사진제공: 판씨네마)

지난 2014년 영화 ‘나쁜 이웃들’에서 철부지 파티광 대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얼굴을 알린 잭 에프론은 자신의 섹시하고 열정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인 고지식한 엘리트 변호사 제이슨 역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상반되는 두 인물이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특히 깜짝 놀랄 정도로 저속한 농담을 쏟아내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가족애를 떠오르게 한다. 취업난에 연애와 결혼, 출산 문제로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에게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아닐까.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