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수업’ 중 머리 깎고 송광사로 출가한 스님
청전스님 30년 행각길, 붓다 닮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뉴스천지= 백은영 기자] “출가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여태 인연을 맺고 있는 고향이 세 곳이나 됩니다. 첫째는 머리를 깎고 막 수행길에 접어들었을 때 행각하며 만났던 두메산골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이지요. 둘째는 태어나 철부지 어린 시절을 보낸 속가의 고향이구요. 셋째는 지금까지 20여 년째 살고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입니다. 세 고향에서 맺은 인연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였고, 마지막까지 걸어갈 길을 밝혀줍니다. 수행자로서 나는 언제나 붓다를 닮은 고향의 민중들, 그 아름다운 인연들과 함께 걷는 길 위에 있을 테니까요.” (머리글에서)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에서 23년째 수행중인 해동 비구 청전스님의 불교 에세이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신학교에서 송광사로, 송광사에서 다시 인도 다람살라로 수행을 위해 떠돌아다닌 30여 년 만행길 위에서 펼쳐지는 감동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수행이란 바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한없이 엄격하게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수행길 위에서도 힘없는 이들을 챙기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로 둔다.

책 속에는 풋중 시절 행각하다 만난 어르신들과의 따뜻한 에피소드, 착한 삶을 물려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고향 어르신들, 꽃장화를 엿과 바꿔먹은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했던 모습 등의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청전스님은 책 출간에 붙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게는 민중이 부처고 종교예요. 수행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 아닌가요. 거룩한 성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없는 이웃들을 섬기기 위해 정진하는 거겠죠.”

저자 청전스님은 1972년 유신 선포 때 사회에 대한 자각으로 다니던 전주교대를 그만두고 성직자의 길을 선택한 뒤 신학교에서 신부수업을 받다 1977년에 송광사로 두 번째 출가를 감행, 10여 년간 참선수행을 하다가 수행 과정에서 떠오른 의문들을 풀기 위해 1987년에 동남아의 불교국가들을 둘러보는 순례길에 나섰다. 그때 마더 테레사 등 여러 성자들과 더불어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될 달라이 라마와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스님은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면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 그리고 종교간 화합을 위해 정진하는 성직자의 삶을 꿈꾼다고 고백한다.

청전 저/ 휴(休)/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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