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말 큰 사전’ 편찬원고 훼손부위 한지로 보강 (사진제공: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일제강점기 때 작성… 세월 흘러 바스라지고 일부 소실
국가기록원, 17권 중 훼손 심한 2권 보강 완료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어 교육을 폐지하고 일어를 사용하게 하는 등 조선어 말살에 혈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어학자들은 이러한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한글을 보존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는 ‘조선말 큰 사전’이다. 이는 편찬 원고가 있기에 가능했다.

최근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원고 17권 중 훼손이 심한 2권을 복원했다. 복원엔 11개월가량이 소요됐다.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원고는 조선어학회가 1929~1942년까지 13년간 조선말 사전 편찬을 위해 작성한 자료다. 현재 국가지정기록물 제4호이자, 등록문화재 제524-2호로 지정돼 있다.

이 편찬 원고는 조선말 큰 사전 편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역사적, 국어학적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적 언어의 범위와 형태를 확정 지은 사전의 편찬 원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창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학회는 1947년 이를 바탕으로 조선말 큰 사전 2권을 간행했으며 3권부터는 ‘큰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1957년까지 총 6권을 간행했다.

이번에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편찬 원고는 ‘여’편과 ‘ㅎ’편이다.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이 원고는 산성화가 진행돼 곳곳이 바스라지고 일부가 소실된 상태였다. 또 다양한 재질의 부전지(특이사항이나 추가 설명을 위해 사용된 쪽지)가 부착돼 있었고 갱지가 사용된 곳의 훼손이 심각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훼손부위를 한지로 보강하고 산성화가 진행된 원고를 수작업으로 탈산처리했다. 탈산처리란 종이 내부의 산을 제거, 종이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처리과정이다. 기록원은 또 보존성 향상을 위해 중성지 폴더와 상자를 제작해 복원 처리한 원고를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여’편의 경우 지난해 11월에 먼저 복원·복제가 완료돼 소장기관인 독립기념관에 인계했다. 이번에 완료된 ‘ㅎ’권은 3월 중 인계할 예정이다. 독립기념관에선 복원이 완료된 이들 기록물을 전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상진 국가기록원장은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원고는 일제 강점기에 한글을 보존하고자 했던 선열들의 시대정신이 담긴 기록물”이라며 “이번 복원이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원고가 후대에 안전하게 계승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어학회는 우리말과 글의 연구를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로 본래는 국어연구학회였다. 그러다가 1931년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고친 뒤 1949년 현재의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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