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로 합병된 지 100년,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100년 그리고 민족 최대의 수난인 6.25전쟁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국민 개개인에게도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중요한 때인 것이다.

국권을 이방에게 빼앗겼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 경술국치 100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바로 이 국권을 잃었던 36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많이 왜곡되고 말살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굴욕의 역사는 우리에게 역사를 바로 알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이 없다.

작금의 시대 또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역사관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역사바로잡기’에 제동이 걸릴 것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역사를 바로 알자고 외치는 마당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와는 반(反)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09년 개정교육과정 시안’에 고등학교 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은 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중에서 자신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선택과목으로 바뀐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사를 아예 배우지 않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옥자(서울대 명예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국사는 뿌리 의식인데 지금처럼 국사교육이 부족해서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뿌리를 모르고,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의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정신적 지주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겉은 한국인이지만 알맹이까지 한국인이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육적인 광복은 했더라도 이러한 모습을 봤을 때 정신의 완전한 광복은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그렇기에 역사의 중요성을 국민 모두가 자각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탱해주는 근간임을 깨달아 이 나라의 후손으로서 마땅한 도리를 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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