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슬람중앙회 이행래 원로이맘.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이슬람중앙회 이행래 원로이맘

이슬람 이념 ‘평화·평등·형제애’… 생명 빼앗거나 종교 강요 안해
정치·종교 각계각층 한마음으로 “평화 향해 가자… 후손들 위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진정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은 하나님(알라)을 경외하고, 생명을 빼앗거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꾸란(이슬람 경전)의 가르침을 따라 경건한 삶을 사는 신앙인이다.”

한국 이슬람교 1세대를 이끈 지도자이자 산증인 이행래(79) 원로이맘은 이슬람에 대한 설명을 구하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슬람교의 이념은 첫째가 평화다. 그다음이 평등이다. 또 형제애를 중요하게 여긴다. 형제애의 넓은 의미는 인류애다. 전 세계 무슬림은 아크(형제), 우크트(자매)라 부르며, 형제애를 우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래 들어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테러, 자살폭탄, 극단주의, 원리주의 등이다. 이 원로이맘은 이슬람과 무슬림을 이해하지 못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토로했다.

“너희들에게는 너희들의 종교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종교가 있느니라(꾸란 109장 6절).” 꾸란의 한 구절을 설명한 이 원로이맘은 ‘종교에는 강제가 있을 수 없다’고 설파한다. 그는 “이슬람은 아랍어로 ‘순종’ ‘평화’의 뜻을 담고 있다.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로 신앙을 칼로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슬림은 이웃과 공존·공생 바란다

한국 이슬람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한 터키군 이맘 압둘 가푸르 카라이스마일 오울루가 1955년 이슬람을 한국에 전파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61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약 20년간 4대 이맘(예배 집전자)으로 사역한 이행래 원로이맘은 한국 이슬람교의 산증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원로이맘은 중세 이슬람 세계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한 손에 꾸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말이 이슬람교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편협된 시각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무슬림은 이웃 종교와의 공존과 공생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러, 살육, 약탈, 문화재 파괴 등으로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는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이슬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무슬림이 아니다. IS는 이슬람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집단”이라며 “아주 극소수다. 신앙인으로 볼 수 없다. 꾸란은 이웃의 재산이나 종교, 생명을 빼앗지 말라고 가르친다. 자살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IS나 알카에다, 탈레반 등이 테러와 내전을 일으키며 선전하는 지하드(이슬람 성전聖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지집단들은 부를 누리고 권력을 잡으려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슬람권에선 인정하지 않는다. 저명한 이슬람 학자들도 한목소리로 IS는 이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하드는 개인이 선포할 수 없다. 지하드의 큰 의미는 신앙의 정도를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이슬람은 불의나 부도덕한 일은 할 수 없으며, 그래서 방어가 원칙이기에 선제공격은 불의라고 여긴다.”

◆“이슬람, 평화 향해 갈 것… 한마음 되자”

‘술레이만(솔로몬)’이라는 아랍어 세례명을 받은 이행래 원로이맘은 “무슬림은 이슬람의 뜻에 담긴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고자 한다”면서 “한국 이슬람뿐만 아니라 종교계도 한반도의 평화를 향해 가야 한다.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뛰는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을 향해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 또 한 가지는 합심이다. 마음이 흩어지면 안 된다”며 “종교인들이 국민의 뜻을 모으고, 남북 대화와 평화를 결과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힘을 모아가야 한다. 그러면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국민들에게 “무슬림에 대한 편견, 오해가 불식되면 좋겠다. 이슬람은 평화다. 그 평화를 실천하는 종교이기에,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모두와 함께 뛰겠다”는 다짐과 소망을 전했다.

1937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한 이행래 원로이맘은 1961년 이슬람에 입교했다. 말레이시아 클랑 이슬람대학 유학하고, 1979∼1984년 한국이슬람 중앙회 사무처장과 쿠웨이트 종교성 소속 선교활동 등 주요 요직을 맡았다. 1991년 4대 이맘으로 선출된 그는 2010년까지 국내 이슬람교를 대표해 종교계와 정치·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왕성한 활동과 교류를 펼쳐왔다. 이주화 현 이맘에게 바통을 넘긴 후 한국이슬람교 첫 명예이맘에 이어 지난해에는 원로이맘으로서 사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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