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사무실에서 만난 심규성 감사가 서울YMCA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내부고발자 심규성 감사

비리 의혹 제기했다 제명
법원 판결로 감사에 복직
비대위 꾸려서 진상규명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서울YMCA는 부패한 냄새가 너무 많이 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도 있지만, 계란을 바위의 썩은 곳에 잘 조준해서 던지면 그 바위도 우르르 무너뜨릴 수 있죠.”

심규성 감사는 서울YMCA를 ‘철옹성’으로 빗댔다. 113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1호 시민단체’로 분류되지만, 이제는 비리 의혹으로 얼룩졌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기흥 이사장, 안창원 회장, 전직 회장이 서울YMCA 이사회와 종로구청의 승인 없이 법인의 기본자산 토지보상대금 30억원을 고위험 파생 금융상품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고 지난해 10월 30일 검찰에 고발했다가 12월 22일 회원(감사) 제명을 당했다.

하지만 제명에 굴하지 않고 법원에 회원 제명 무효 가처분을 냈고, 결국 1억원의 공탁금을 내는 조건으로 지난달 5일 승소해 복귀했다. 또 지난달 25일 열린 제113회 정기총회에서 회원의 동의를 얻어 감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돼 4차례 연임했다.

본지 사무실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심 감사는 서울YMCA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의지는 YMCA 구자옥 제6대 총무(1935~1945년)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심 감사는 “외할아버지가 일제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YMCA를 키웠는데, 지금은 몇몇 이사진이 기증받은 재산을 다 팔아먹고 있다”며 “서울YMCA 바로 세우기를 위한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심 감사와의 일문일답.

- 감사로 복직한 소회는.

서울YMCA의 부정·부패를 바로 세우는 데 하나님께서 쓰신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지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을 느꼈다.

- 지난달 25일 총회 때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권오형 감사가 전반적인 감사 보고를 했고, 이어 제가 안창원 서울YMCA 회장의 카드 내역과 해외출장 현황, 업무차량 리스 내역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31개 법인카드 중 2개만 감사한 결과, 호텔 사용료는 약 9개월간 총 9건, 460만원이었다. 8층에 YMCA호텔이 있음에도 시민단체장이 매달 고급호텔에 투숙할 이유가 있는가? 해외출장 품의서 3건도 감사했다. 이 중 싱가포르 출장과 관련해 10월 30일~11월 5일 출장기간에 사용하지도 않았던 9월 4일 쉐라톤워커힐타워 숙박비 170만원 삼성카드 사용금액을 11월 출장비에 포함해 반영했다. 이에 대해 아무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YMCA의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2시간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회장이 출장기간을 7일로 했다는 게 의문이다.

- 추가 의혹이 있나.

일산 청소년수련원 토지 매각대금 174억원 중 종로구청이 승인한 고양시청의 용도변경 65억원 사용 내역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고양시에 200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다가 중단한 이유도 해명해야 한다. 강남YMCA를 누가, 얼마에 재개발하려고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 내부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표용은 명예이사장(84)이 42년간 이사를 하며 매년 이사 2명을 추천, 이사들을 거의 장악했다. 표 명예이사장이 재단이사 9명을 추천해 왔고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안창원 회장도 표 명예이사장의 조카이고, 재단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보고도 없이 사단(운영)은 쳐다보기만 해야 한다. 서울YMCA는 재단이사회와 비법인 사단(운영)이사회로 나뉜다. 사단(운영)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 8년 전에는 회원이 투표권을 가지고 총회에서 이사, 감사를 선출했지만 이후 헌장을 바꿔 이사회가 이사, 감사를 회원 대신 간선으로 뽑는다. 표 명예이사에게 잘못 보이면 이사, 감사가 될 수 없는 셈이다.

-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재단과 사단(운영)의 이사장과 이사 겸임을 금지해야 한다. 모든 재정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재단과 사단(운영)을 분리해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직원들도 친인척이 너무 많아 직원평가 없이 회장이 단독으로 승진 승급을 엉망으로 한다. 내부 직원의 정확한 평가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회장과 이사장이 쓰는 접대비와 모든 재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재정 비리·파탄을 일으킨 임원과 직원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YMCA 전직 임원과 위원, 회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3월 초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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