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국립국악원)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좌중 향해 절한 뒤에 발꿈치를 들고서/ 박자 소리 맞추어 사뿐사뿐 종종걸음/ 쓸쓸히 물러가다 반가운 듯 돌아오네…/ 열 손가락 번득이니 뜬구름과 흡사하네/ 한 칼은 땅에 두고 한 칼로 휘두르니…/ 전후 좌우 휘둘러도 칼끝 서로 닿지 않고/ 치고 찌르고 뛰고 굴러 소름이 쫙 끼치누나….’

이는 다산 정약용이 진주 남강 촉석루에서 기녀들의 진주검무를 감상하면서 남긴 시 ‘무검편증미인(舞劍篇贈美人)’의 몇 구절이다. 다산의 이 시는 무대 위 기녀들의 춤사위, 복장 등을 타고난 문장력과 어휘력으로 표현, 실제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는 평가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여성을 표현한 그림이다. 검은 트레머리를 얹은 여인은 짧은 저고리에 풍성한 옥색 치마를 입고 노리개를 매만지며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옛 그림과 시에 생기를 불어넣은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춤사위와 음악을 통해 시와 그림 속 인물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새해 신작으로 ‘詩‧畵‧舞(시‧화‧무)-붓놀림, 춤으로 살아나다’를 선보인다. 신윤복의 ‘쌍검대무’와 ‘미인도’, 김홍도의 ‘무동’, 의궤에 담겨진 옛 그림 등을 토대로 영상과 시를 구성해 소개하고 무대 위에 이를 소재로 한 창작무용 6작품을 올린다.

한명옥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번 무대는 민화나 고서, 그림 등에 기록된 멈춰진 순간을 이 시대 공간과 시간 속에 되살린 또 다른 창작활동이자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진주검무’ 무대에서는 신윤복의 그림 ‘쌍검대무’와 정약용의 시 ‘무검편증미인’이 담겨 있다. 진주검무를 감상하면서 지은 정약용의 낭만적인 시와 붉고 푸른색의 강렬한 의상 대비와 함께 날렵한 여인들의 춤사위가 그려진 신윤복의 그림처럼 우아하고도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 (사진제공: 국립국악원)

진주검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다. 8명의 무희가 춘다고 해 진주팔검무라고도 불린다. 현존하는 궁중계열의 무용 중에서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춤의 처음은 칠색갑사로 된 색동한삼을 양손에 낀 한삼 평사위로 시작되며 맨손 입사위로 이어지다가 칼을 사용한 칼사위로 마무리 하게 된다. 무구로 쓰이는 한 쌍의 칼은 다른 검무와 달리 목이 꺽이지 않는 칼을 사용한다. 장단의 구성이 독특하고 춤사위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춤추는 아이’라는 무대에선 김홍도의 ‘무동’이 풍기는 역동성을 힘찬 춤사위로 보여준다. 그림과 동일한 악사드르이 무대 배치와 활기찬 장삼자락, 가볍고 쾌활한 발놀림 등의 특징을 살렸다.

‘미인도’ 무대에선 신윤복의 그림에 그려진 여인이 춤사위를 통해 아름다운 기운을 풀어낼 예정이다. 무용단은 미인도에 남겨진 한 시인 ‘盤礡胸中萬化春(반박흉중만화춘),筆端能與物傳神(필단능여물전신)’ 즉 ‘높은 의자에 걸터앉은 여인의 가슴 속에 감춰진 춘의(春意)를 어찌 붓끝으로 능란하게 전신(傳神)할 수 있으리요’의 정서를 반영해 여인이 품은 생명의 기운을 전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3월 2일 저녁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펼쳐진다. 예매는 인터파크와 전화(02-580-3300)로 가능하다. 전석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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