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가 조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기업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자사 제품이나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검색어 횟수만 늘리면 조작이 가능했고 최근 포털이 이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러자 좀비 PC로 전국 각지의 컴퓨터를 오염시킨 뒤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한다고 한다. 조작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나눠서 검색하도록 하거나 메인 서버를 아예 중국 등 해외에 두기도 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범죄의 형태도 진화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가수의 음원 차트에서도 순위가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연예 기획사들이 음원 사재기를 통해 자사 소속 가수의 순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음원 순위 조작은 신인과 톱 가수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유명 대형기획사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앞의 영어 단어는 같고 뒷자리 숫자만 다른 동일 패턴 아이디를 통해 특정 가수의 음원을 집중적으로 듣고 순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사재기를 통한 순위 조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방송사의 가요 순위가 단골 조작 아이템이었고, 경찰 수사로 드러나 방송 책임자와 가수 매니저 등이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되는 가요 순위에 따라 흥행이 좌지우지되기 되기 때문에 매니저들은 방송가요 순위에 집착했고, 순위를 높이기 위해 뒷거래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점의 도서판매 순위 조작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대형 서점에서 매주 베스트셀러 집계를 내고 그에 따라 출판사의 희비가 갈린다. 때문에 출판사들은 자사 도서를 판매 순위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다. 과거에는 출판사 직원들이 직접 서점에 나가 책을 무더기로 사들이거나 사람을 고용해 대신 책을 사도록 했다.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면서부터는 인터넷 주문을 통해 판매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재기를 막겠다며 자정 결의 대회를 열기도 하고 출판 단체에서 현장 단속을 하기도 하지만 출판업계의 사재기 풍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재기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 작가들이 해당 출판사와는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사재기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집계가 이뤄지는 한 사재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고를 때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매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식당에 가고 싶어 하거나 옷가게에 가서 “무슨 옷이 제일 잘 나가요?” 하고 묻는다. 아득한 시절부터 전해오는 경험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것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이것을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라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좇는 것이 항상 이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서 좋을 때도 있지만, 거름지고 시장 쫓아가는 어리석은 짓을 할 때도 있다. 내 처지나 분수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지혜로운 행동이다. 선거철이 코앞이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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