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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 변질된 복음주의 노선
한기총, 배도자의 길 선택해”

WCC·로마가톨릭 교류 반대한
연대도 결국 한기총 회원 교단

“창립 170여년 전통 있는데…
韓美 장로교 부정 ‘자기모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3년 전 세계 기독교 에큐메니칼 진영을 초대해놓고 한국교회가 부산에서 WCC(세계교회협의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정작 내부적으로는 화합을 이루지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WCC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 행사 기간 내내 이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시위가 거세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WEA(세계복음연맹)에서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WCC를 반대했던 일부 개신교인들이 WEA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WEA의 탄생 배경부터 타교단·교파와의 교류활동 내역들을 비판하며 이들로부터 한국교회를 지키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반면 지지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인정하면 129개국 복음주의연맹과 150여개 국제단체 등 한국 장로교는 물론 미국 장로교까지 모두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WCC·가톨릭과 교류 용납 안 돼”

WCC반대운동연대는 이번에는 ‘WEA·WCC반대운동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가톨릭·정교회 등과 교류한 WCC를 ‘사탄의 회’로 규정하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리고 WCC 부산총회 당시 WEA가 신학위원장 슈마허 박사를 파송해 ‘WEA가 WCC와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나섰다.

이들은 WEA가 변질된 복음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정통 보수신학이 붕괴 위기를 맞을 때 성경에 근거한 근본주의 신앙이 형성됐는데, 이에서 파생돼 변절된 ‘신복음주의자’가 WEA의 전신인 WEF의 모태라는 것이다. 또 신복음주의자들로 구성된 WEF가 신학적 노선이 다른 WCC, 로마교황청과 폭넓은 교제를 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은 가톨릭의 부패상을 지적하고 분리돼 나온 개신교를 적그리스도라고 정죄한 가톨릭과 신앙을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과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WCC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WEA가 자신들이 반대하는 WCC와 함께 교류하고 공동 선언을 하는 등 활동을 하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2009년 6월 WEA에 가입한 한기총에 대해서도 스스로 배도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대 측은 2007년 8월 WCC와 WEA, 로마교황청이 공동으로 ‘종교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선교행동규약’을 제정한 것을 지적했다. 이 규약에는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각자의 신앙을 전파하고 설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대 측은 이를 ‘개종전도 금지’와 같은 반선교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해 강하게 반발했다.

◆“자기부정과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

반면 한기총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찬성측은 이에 대해 오해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다. 순복음가족신문이 공개한 국제신학교육원의 자료에 따르면 WEA는 개신교 전통적인 신앙과 신학에 바탕을 둔다. 포트스모더니즘, 세속주의, 무신론의 도전으로부터 성경의 권위를 회복하고 진정한 복음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정체성을 설명했다.

찬성 측은 WEA를 반대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자기 교단의 신학사상을 비성경적이라고 비난하는 ‘자기부정과 자기모순에 빠지는 행위’라고 봤다. WEA의 홈페이지에 수록된 소속 교단들 중에는 국내 개신교 장자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과 같은 여러 장로교단들이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립 17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WEA의 신학사상을 비성경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복음주의적 개혁신앙을 가진 미국 장로교단 뿐만 아니라 이들과 같은 신앙적 전통을 공유하는 ‘사랑의교회’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예장합동 교단의 신학사상을 비성경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WEA 소속 대표적인 교단으로 미국장로교회, 세계개혁주의연합, CRCN, EAPC, EPC 등이 있다.

또 찬성 측은 개종전도금지 선언 논란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종교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강제적인’ 개종행위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WCC나 로마가톨릭과 동일하게 종교혼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회가 사회적 성화에 있어서 국가 기관이나 국제기구 더 나아가 다른 교파와도 협력해야 하기에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 뿐 이들의 모든 사상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WEA는 어떤 단체?

세계복음연맹(WEA, World Evangelical Alliance, 대표 제프 터니클리프 박사)은 1846년 영국에서 창립된 세계 최대 기독교 연합체다. 전 세계 6억 명 이상을 대변하는 129개국 복음주의연맹 및 150여개 국제단체들을 회원으로 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다. WEA는 UN과 협력해 전 세계 핍박받는 기독교인 보호, 여성인권증진, 기아대책마련, HIV/AIDS 퇴치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변화와 세계복음화를 추구한다. WEA는 세계복음화와 기독교적 연합을 촉진시키고 전 세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정체성, 보이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WEA는 매년 1회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ILF(International Leadership Forum)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29일부터 3월 5일까지 6일간 롯데호텔에서 ‘복음 안에서의 동역(빌 1:4-6)’이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주요행사로는 27~28일 ILF 사전회의, 29일 700여명(한국교계, 정계, 교육계, 재계 지도자 초청)이 참석하는 개회예배 및 환영만찬, 29일부터 3월 4일까지 분과별 전략회의, 3월 2일 판문점(DMZ) 견학, 3월 3일 국가조찬 기도회 참석, 3월 4일 폐회오찬을 갖게 된다. 마지막 순서로는 포럼을 나눈 결과물을 채택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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