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저녁 광주시 서구 풍암동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신암마을 당산제’가 250년 된 버들나무 옆에서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진욱 기자] “액운은 썩 물러서거라. 우리 동네는 올해도 운수대통한다고 전해라.”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 중 하나인 정월 대보름인 22일 저녁 6시. 광주시 서구 풍암골에서 제11회 ‘신암마을 당산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신암마을 당산제 추진위원회(위원장 김계중)와 서구문화원이 주관하고 주민자치위원회·통장단·서창농협이 후원한 이 날 행사에는 임우진 서구청장과 황현택 서구의회의장 등 사회 각계 인사와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김계중 추진위원장은 축사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행사를 통해 주민들은 모든 액운을 떨쳐버리시고 바라는바 모든 소원을 이루도록 소원지를 가득 채워주시고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에 이어 당산나무 앞에서는 정경옥씨의 지전춤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당산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초헌관은 최병주씨가 아헌관은 임우진 서구청장, 종헌관은 최기일씨가 맡았다.

▲ 22일 저녁 광주시 서구 풍암동에서 정월 대보름 행사인 ‘신암마을 당산제’가 열린 가운데 250년 된 왕버들 나무 앞에서 정경옥씨가 주민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지전춤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앞서 최병주(73, 서구 풍암동)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동네 본토박이인 내가 수년째 초헌을 맡아오고 있다”며 “이 나무는 250년 정도 된 당산 할머니 나무고 할아버지 나무는 먼저 죽은 바람에 저 놀이터 위에 할아버지 나무 한 그루나무를 대신 새로 심어놓고 이런 대보름 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어렸을 적에 공동 우물 샘이 있었는데 그때에는 대보름 전날 밤에 굿을 치고 한 달간 풍물패가 액운을 막는 공연을 광주시 전역을 돌며 했다”고 덧붙였다.

당산제가 끝나자 한 주민(75, 여, 서구 풍암동)은 기자에게 “여기 새끼줄로 묶은 돌들도 그냥 돌이 아니고 이 마을에 있던 고인돌을 이곳에 옮긴 것”이라며 “이러한 것도 우리 동네가 전통문화를 잘 계승한 하나의 증거이다”고 흐뭇해했다.

▲ 22일 저녁 광주시 서구 풍암동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신암마을 당산제’가 열린 가운데 임우진 서구청장이 아헌관을 맡아 서구민의 행복을 기원하며 두 번째 잔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쪽에는 추위도 잊은 채 새마을회봉사단과 통장단이 찰밥과 돼지머리, 홍어 무침 등을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했다.

채성미(풍암동 통장단 대표)씨는 “전통문화계승행사인 오늘 행사에 많은 분이 조금씩 후원해 주시는데 운리마을 어르신이 음식은 다 준비해 주신다”며 “우리 34명의 통장단은 모여서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후원하고 밥과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후 풍물패의 신명 나는 풍물 가락이 온 동네를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 소원지에 불이 붙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활활 타는 불을 바라보던 이정수(가명, 45, 서구 풍암동)씨는 “하늘 높이 오르는 불길을 보니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올해는 특별히 총선이 있는 만큼 참다운 일꾼이 뽑히게 해달라고 빌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원지에 적었다”고 말했다.

▲ 22일 저녁 광주시 서구 풍암동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신암마을 당산제’가 열린 가운데 주민들의 소원지를 붙인 나무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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