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촌 정월대보름맞이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문화센터에 한가득 차려진 오곡밥과 부럼 ⓒ천지일보(뉴스천지)DB

액운 물리치고 복 불러오는 세시풍속 다양
마시면 눈·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
집터서 잡신 쫓아내는 ‘지신밟기’

금기사항도 많아
숭늉 마시면 정신 ‘흐리멍덩’
나물 먹으면 논밭에 잡초 무성
머리 빗으면 뱀 들끓고 비듬 생겨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정월이 좋아야만 일 년 열두 달이 좋다.’

22일은 음력 1월 15일로 정월대보름이다. 1년 12달 중 첫 보름달이 뜬다는 이날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지켜왔다. 설은 개인의 건강이나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지만 이날은 마을 공동의 바람인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더 크다. 마을 사람들은 이날을 매우 뜻 깊은 날로 생각해 무병 기원, 재앙 퇴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들을 펼치고 그 안에서 하나가 됐다.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문화센터에서 ‘북촌 정월 대보름맞이’ 행사가 열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귀밝이술을 시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날은 한해의 액(厄)을 없애고 복을 부르는 날이라고 해서 어느 때보다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과학과 의학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세시풍속은 백성들이 안녕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현재 이러한 세시풍속은 많이 사라졌지만 시대가 변해도 액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이날만이라도 이 같은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덕담을 해보는 건 어떨까.

세시풍속에서 송액영복(送厄迎福)과 풍년을 기원하는 선조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대표적으로는 ‘보름달에게 소원 빌기’가 있다. 아쉽게도 올해는 전국이 대체로 흐려 보름달을 볼 순 없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놀이들도 많다.

▲ 지신밟기 행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우선 집터를 지켜준다는 지신(地神)에게 복을 비는 ‘지신밟기’가 있다. 풍물놀이를 하며 땅을 밟아 잡신을 쫓는다. 집은 가족과 가정에게 중요시되는 장소다. 그만큼 집안으로 들어오는 액운을 제거하고 복을 불러들이고자 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산불 등의 우려가 커 지금은 많이 사라진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도 있다. 달집태우기는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뒤 달이 떠오를 때 불을 질러 태우며 노는 세시풍속이다.

▲ 정월대보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럼 ⓒ천지일보(뉴스천지)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아침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단단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보통 호두나 밤, 땅콩을 이용한다. 이때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문다. 깨물 때는 소원을 빌며 한 개를 단번에 깨문다. 팥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만든 오곡밥 먹기도 현재까지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다.

귀밝이술도 정월대보름 행사에 매번 등장한다. 이 술을 먹으면 귀가 밝아지고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고 한다. 이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먹는다. 아이들은 입술에만 묻혀주기도 한다. 귀밝이술을 마실 땐 ‘귀 밝아라, 눈 밝아라’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 오곡밥과 부럼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은 한해의 무사기원을 바라는 마음이 큰 만큼 ‘금기사항’도 많다. 음식과 관련해선 ‘찬물·숭늉·나물 먹지 말기’ 등이 있다. 선조들은 이날 찬물을 먹으면 여름 내내 더위를 먹고 숭늉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멍덩해진다고 여겼다. 또 나물을 먹으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해 먹지 않았다. 행위와 관련해서는 오전에 마당을 쓸지 않았다. 이는 그해 복이 나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빗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사항도 있다. 머리를 빗으면 집안에 뱀이 들끓고 비듬과 이가 많이 생긴다고 해 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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