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철 대한항일순국열사회 중앙회장.

[안영철 대한항일순국열사회 중앙회장]

연변은 항일순국선열의 혼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유적지
항일순국선열문화관 건립으로 애국지사 정신 후대에 전해

항일순국선열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
동포의 마음을 하나로 통일한다면 남북통일도 이룰 수 있어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항일독립운동의 요람이며, 한민족의 숨결이 배여 있는 곳 연변. 청일전쟁 후 일본이 간도협약을 맺고 청나라에 넘겨주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우리나라 땅이었다. 일제치하에 독립운동가들이 터를 잡고 항일의사를 배양한 민족주의 교육의 산실이며, 저항시인 윤동주를 비롯해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연변이 우리에게 특별한 데는 오직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일제의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을 외친 항일열사의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안영철 대한항일순국열사회 중앙회장은 조국독립이라는 대의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지, 동역자들의 삶까지 희생해야 했던 무명의 항일순국열사의 뜻을 기리고 고결한 정신을 후세대에 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백두산 부근 용정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문화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만주와 연해주에 흩어져 있는 동포를 하나로 모아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에 일생을 헌신하고 있는 안 회장을 만나 그가 가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영철 회장이 연변과 인연을 맺은 건 20년 전이다. 백두산을 가기 위해 연변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중국 땅이지만 어디를 가든 한국어를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변은 법적으로 한글 간판을 달아야 하고, 한자를 쓸 경우 한글 아래 써야 한다. 중국어를 몰라도 한국인이 살 수 있는 곳. 조선족자치주로서 연변이 가진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후 안 회장은 연변에 정착해 사업을 시작했고 20년간 터를 닦으며 연변한국인(상)회 회장을 맡게 됐다.

“중국 전역에 63개의 한국인 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교육을 받다 보니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한민족의 자부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항일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항일순국선열문화관을 건립하려고 합니다.”

▲ 항일순국선열문화관 조감도.

연변 용정시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를 고문하고 투옥했던 일본총영사관이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항일열사의 애국정신을 기념할만한 곳은 정작 아무 데도 없다. 더욱이 중국동포들이 힘을 모아 조성한 항일유적지조차 관리가 안 돼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안 회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연변은 항일순국선열의 혼이 묻혀 있습니다. 이곳에 항일열사의 정신을 기릴만한 기념관조차 없다는 것은 후손으로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한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백두산 자락 용정에 항일순국선열문화관을 건립하려는 것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피 흘렸던 열사들의 한을 달래고 애국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항일열사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지만, 그 후손은 만주와 연해주 곳곳에 흩어져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평생 가난과 싸우면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조국에서조차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후손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안 회장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순국선열의 희생으로 이룬 땅에서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궜지만, 항일열사의 후손들은 정작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안 회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항일열사의 정신을 잇고 그 후손의 삶을 위해서라도 항일순국선열문화관 건립은 그의 일생에 최대 과업이 됐다.

안 회장은 동포들의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애국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항일독립운동유적지 탐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용정을 중심으로 한 연변조선족자치주에는 항일열사의 숨결이 가득한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다. 연변 화룡시에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전적지가 있고, 도문시에는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 전적지가 있다. 이 외에도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펼친 항일열사의 수많은 전적지와 기념비가 있다. 이곳에서 안 회장은 항일유적지 복원과 발굴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항일순국선열문화관은 이 일을 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 용정시도 안 회장의 뜻에 동참해 6000평 규모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전적지.

“민족의 문화를 생각했을 때 항일순국선열문화관은 민속적으로 설계했습니다. 1~2층은 장구를 형상화한 모양으로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3~8층은 거문고를 형상화했습니다. 이곳에는 재외국민 한글학교, 재외동포 노인대학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항일순국선열문화관은 만주와 연해주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안 회장은 문화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사)대한항일순국열사회를 창립했다. 그는 함께할 사람을 모았고, 우리나라 전역에 지부를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특히 역점을 두고 움직이는 것은 전 국민 모금운동이다.

“순국선열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항일열사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고 문화관 건립에 동참해주면 좋겠습니다.”

안 회장은 연변이 남북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청년들을 교육해서 한국 기업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 보낼 수 있다면 그들을 통해 직간접으로 통일 교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인구 중 약 80%가 북한이 고향이다. 연변 동포들이 북한에 돌아갔을 때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을 주변에 알린다면 남북통일에 중요한 소통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안 회장은 연변에 정착했던 초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가 특히 마음 아팠던 것은 한국교민과 중국동포, 북한동포가 같은 민족이면서도 화합하지 못하고 불신하는 모습이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뿐더러 오해도 많이 받았다. 안 회장은 동포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길을 모색했다. 동포들의 마음이 하나로 통일된다면 남북통일도 이룰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그리고 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지금은 연변동포들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오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건너가서 활동하다 보니 연변 사회도 많이 변화했다. 이제는 서로가 이해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동포도 한국 사람을 볼 때 한국분이라 부른다고 한다.

동포의 화합을 이끌며 애국정신을 심어주고 있는 안영철 회장. 그가 하는 일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제에 맞선 순국선열의 수많은 유적지가 잠들어 있는 연변. 민족의 혼이 깃든 그 땅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항일순국선열의 고결한 정신을 기리고 후세대에 전하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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