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광장(현양탑 앞)에서 건립공사 착공식이 열린 가운데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천주교의 성지화가 아닌 상생 공존하는 장소로 사업을 변경하길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도교·시민단체 “특정 종교로 편향된 성지 아닌 상생 공존하는 역사유적지 돼야”

◆국내 최대 천주교 성인 배출 순교지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처형장으로 사용되다 일제 강점기부터 수산청과시장이 있었던 곳으로 1976년 10월, 1만 7340㎡ 면적의 근린공원으로 변신했다. 시청으로부터 약 1km 떨어져 있고, 숭례문이 500m 거리에 인접해 있다.

지금의 서소문공원 부근인 서소문 밖 네거리는 조선시대 죄인들을 처형했던 장소로 조선의 실학자와 개혁사상가들이 핍박을 받았던 장소다. 아울러 신유박해(1801년)·기해박해(1839년)·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처형되기도 했다. 이중 44명은 성인으로 시성됐으며, 25명도 추가로 성인으로 시성될 예정이라 사실상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의 천주교 성인 배출지이기도 하다.

이에 천주교에서는 1984년 12월 서소문공원 내에 순교자 현양탑을 건립한 데 이어 인근 약현성당에 1991년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을, 2009년에는 순교성지 전시관을 열어 순교 성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특히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시복 미사에 앞서 이곳을 참배하면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서소문공원은 서울역 철길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채 도심 속 고립된 노숙인 쉼터란 인식이 강해 천주교로부터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가 이번 사업에서 순교성지를 조성하게 됐다.

▲ 서소문역사문화공원 조감도 ⓒ천지일보(뉴스천지)

◆천도교·시민단체 “민족 평화공원으로 조성해야”

하지만 천도교와 시민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서소문역사공원이 역사적으로 천주교 성인 및 신자들의 순교뿐 아니라 동학, 홍경래의 난,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사회변혁을 일으키려다 처형당한 이들도 많은 장소이기 때문에 천주교 성지화가 아닌 민족의 평화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그간 촉구해왔다.

이날 착공식에서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천주교를 성지화 하는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소문지역에서 처형된 이들의 비율은 천주교가 22%, 사회변혁 처형자가 36%, 나머지는 일반 사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소문역사공원이 순국한 민족선열을 함께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광장(현양탑 앞)에서 건립공사 착공식이 열린 가운데 천주교 성지화 계획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시민 ⓒ천지일보(뉴스천지)

천도교 측은 착공식 당일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고 천주교 중심의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내고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정정숙 교화관장은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은 올바른 역사 인식에 기반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정한 종교에 편향된 성지가 아닌 진정한 역사유적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수 교령은 “정부나 지자체 등의 기관이 특정 종교만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사용한다면 이는 그나마 유지해오던 국민통합정신을 깨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그간 수차례 종단 간 마찰을 피하기 위해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본 사업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야 진정으로 국민의 화합을 이끌 수 있다”면서 “모든 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일방적으로 진행했는지 모르겠다”고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전 국민이 공감하고 행복해지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갑선 범국민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은 “우리가 착공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수많은 역사적 입증자료를 보냈으나 우리의 의견은 무시된 채 천주교 성지화로만 공사를 진행하려 하기 때문에 자칫 우리 민족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며 상생 공존하는 서소문역사공원으로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광장(현양탑 앞)에서 건립공사 착공식이 열린 가운데 내빈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염수정 추기경, 최창식 중구청장, 이석현 국회부의장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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