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안양시의 2조 3천억 원짜리 청사건립 계획은 엄두내기 어려운 통 큰 발상이다. 이로써 자칫 제동이 걸린 듯했던 지자체들의 호화청사 건립 경쟁을 다시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심지어 대통령의 질타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대담한 계획을 내놓았다. 작년 11월 성남시가 3천여억 원짜리 새 청사를 짓고 얼마나 큰 홍역을 치렀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다. 설마 그 학습효과를 잊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은 의연함과 대담함이 놀랍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화청사 건립 경쟁을 보다 못해 ‘뜯어 고치든지 민간에 매각하라’고까지 질책했었던 일이 아직 생생하다.

안양시는 며칠 전 2조 원을 들여 100층짜리 청사 3개동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건물들을 스카이 타워로 이름을 붙여 안양의 랜드 마크로 활용함과 동시에 그 일부를 청사로 쓰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아파트, 호텔, 시민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호화청사라고 불려 온 다른 지역 청사에 비한다면 안양시의 것은 초호화청사다. 이제 공사비 1천억 원대, 2천억 원대, 3천억 원대의 청사들은 호화청사에 끼지도 못할 것 같다. 호화청사라고 비난을 샀던 것이 억울할 지경이다. 경기도가 4천 7백억 원이 투입될 도 청사 건립문제로 다소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안양시의 초호화 청사 건립 계획에 용기를 얻어 그대로 밀어 붙일지도 더 두고 볼 일이다.

‘스카이타워’-. 안양시가 이 100층짜리 3개동의 건물들 모두를 청사로 쓰지 않고 어느 한 귀퉁이만을 업무공간으로 활용한다 해도 사람들은 스카이타워 전체를 뭉뚱그려 ‘안양시 청사’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외형이 감탄을 자아낼 것이므로 이 건축물들이 확실한 안양시의 랜드 마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호화스런 외형을 보고 느끼는 감탄이 곧 마음속의 감동은 아닐 것이다. 이 호화 건축물이 진정으로 감동을 주려면 지역주민을 비롯해 따가운 시선을 보낼 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한 몇 가지 의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대답이란 바로 이런 의문들에 대한 것들이다. 즉,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적 측면에서 호화청사를 짓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자치행정의 우선 사업으로 동의하는가가 그 하나다. 지역주민들이 이 사업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를 반겨 기꺼이 사업추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이 거대한 사업이 완성된 후 소망스러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지와 그 결과로 주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 것인가를 계량적으로 대답해주어야 한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의문에 긍정적이고도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다면 호화청사의 건립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청사 건립 경쟁도 나쁠 것이 없다. 오히려 전국 단체장들이 ‘성남시장이나 안양시장 따라 배우기’에 나서야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호화청사 짓는 데 들이는 노력과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다른 급한 곳으로 돌리는 것이 옳다.

안양시는 2조 원이 넘는 건축비용 중 부지만을 제공하고 1조 5천억 원을 민자(民資)로 충당해 오는 18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투자로 공사기간 동안 4만 5천 명의 고용창출, 3조 5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완공 후에는 매년 수백억 원의 임대수입을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사업이 관청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아니로되 이렇게 경영마인드가 발휘된 것까지는 좋다. 안양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것도 민선단체장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완성된 후 현재 65.5%에 불과한 안양시의 재정자립도가 100% 달성되거나 그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적어도 그런 정도가 된다면 다른 사업에 투자했을 때의 더 높을 수도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창출과 관련한 기회비용적 산출을 따지지 않고 이 사업을 추진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사업 후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에 재정을 의존하거나 이 사업으로 주민의 부담행위나 증가한다면 이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산술적으로 계량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정도의 판단만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것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서비스에 집중 투입돼야 할 자치행정 본연의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요 탈선이다.

또한 국격을 높이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뛰는 큰 국가 경영의 흐름을 외면하는 낭비적 행위가 될 것이다. 민생행보와 민생 시책에 올인(ALL-IN)하는 국가 최고 경영자의 노력에도 배치된다. 이렇게 본다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붙은 호화청사 건립 경쟁은 제동이 걸려야 마땅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