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서
학대 사망 아동 3명 발견

“뒤늦은 사회적 관심에
감춰진 학대 정황 드러나”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
아이대상 폭력 엄히 처벌”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인천에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하면서 시작된 정부의 장기결석 전수조사로 우리 사회의 참혹한 아동학대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아동학대가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숙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부회장은 “아동학대는 요즘에 늘어난 게 아니라 숨어있던 게 하나하나 알려지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도 짧게는 8개월 전, 길게는 3~5년 전 사망한 아이들이 뒤늦게 우리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과 여중생 미라시신 유기 사건은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큰딸 암매장 사건도 조사 범위가 중학생과 미취학 아동으로까지 넓혀지면서 작은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어머니 박모(42)씨가 ‘교육적 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그 과정에서 큰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사실을 자백하면서 밝혀졌다.

이 부회장은 “피해 아동들이 살해된 지 수년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최소한의 공적 안전망으로 제구실을 못 했다”며 “의무교육인 초·중학교까지는 기본적으로 일주일 이상 사유 없이 결석하면 교육적 방임 혐의로 담임교사가 반드시 신고하는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장기 플랜의 아동보호 사회복지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임신부터 양육까지 전문가가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 상태 체크, 부모 상담·교육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녀 양육의 대부분을 부모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2014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17건의 사례 중 부모가 학대한 사례가 14건으로 전체의 80%를 넘었으며, 사망 장소의 71%(12건)가 집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는 부모 개인에게만 양육의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예전에는 시부모님이나 친정엄마, 주변의 친인척으로부터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습득했는데, 요즘엔 혼자의 책임으로 남겨져 있다”며 “아동학대는 양육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받지 못한 초보 부모는 인터넷을 통해 양육 정보를 습득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의 경우 전업주부나, 할머니 등 연세 많으신 분들이 돌보미반을 조직해 임산부나 초보 엄마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점이나 양육 방법 등을 상담해 주는 등의 방법을 자치구 단위로 계획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사망해도 ‘부모가 설마 애들을 죽이려고 때렸겠냐’는 잘못된 편견에 상해치사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연약한 아이들은 7~8시간 폭행이 가해지면 죽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이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재판을 받아도 형은 길어야 5년이다. 형이 너무 낮다”며 “상해인 경우도 일반인들에 대한 폭행보다 더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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