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25시 봉사단

▲ 인테리어 25시 회원들은 지난 1월 강북 어르신 위로잔치에 참여해 정을 나눴다. (사진제공:인테리어 25시)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송태복 기자] 인테리어 25시 봉사단 카페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에 스스로 나눔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적극적인 광고를 한 것도 금전적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카페에는 꾸준히 신규 회원이 올라온다.

인테리어 25시(대표 김성환)라는 이름에는 ‘나누는 1시간을 더해 삶의 내부를 행복하게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많은 봉사활동 중 인테리어 25시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효 문화의 나눔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효 문화가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모범을 보여 후세에게 살아가는 가치와 행동반경을 알려주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효 나눔의 하나로 지난해에는 복지관 어르신과 청소년, 성인 봉사단을 하나로 묶는 가족 맺기 프로그램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3개월마다 어르신을 바꾼 탓에 교감 있는 가족 맺기 프로그램이 되질 못했다.

가족 맺기 프로그램을 일상적인 행사로 생각한 복지관과의 견해차이 때문이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는 효의 근본정신과 진정한 가족의 울타리를 느끼게 해주고자, 1년 코스의 효 아카데미를 준비 중이다.

복지관을 찾는 봉사자들은 어르신의 눈을 맞추고 안아드리는 등 접촉을 많이 시도한다. 물질로 나눌 수 있는 부분은 적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듬뿍 전해주고 싶어서다. 이들의 나눔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통해 확산돼 지금은 3000여 회원들이 함께한다. 정기적인 오프라인 봉사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

불우노인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인테리어 25시의 주요 활동이다. 서울시와 회원들로부터 집수리 요청을 받으면, 실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도배, 창문교체, 전기 배선공사, 페인트칠, 주방가구 교체 등 가장 절박한 주거 환경 문제를 십시일반으로 모은 비용과 건설 잉여자재를 활용해 지원한다. 이렇게 5년 동안 약 50여 채를 지원했다.

사진 봉사회원들은 어르신의 장수사진을 찍어준다. 사진촬영 시에는 미용봉사단(대표 김영배)이 메이크업을 지원해 준다. 아나바다 운동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회원들이 자신의 형편과 재능에 따라 몸으로, 물질로 때론 정보를 통해 나눔을 지원한다.

▲ 김성환 인테리어 25시 봉사단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테리어 25시를 이끌어 온 김 대표는 결코 넉넉지 않았지만, 구제를 실천하는 부모 밑에서 자연스레 구제를 필연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김 대표는 “어려서 육성회비 낼 돈도 없는데, 부모님은 오가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의 손길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셨다. 그땐 그게 참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당시 그의 부친은 “너는 내 자식이라 언제든지 이해를 구할 수 있지만, 그들은 평생 한 번 볼 사람인데 그걸 거절하면 그들에게 한을 남기지 않겠느냐. 돈을 벌어서 남을 돕겠다고 생각하면 평생 남을 도울 수 없다”며 아들에게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초기 김 대표는 봉사를 위해 시민자원봉사단에 들어가 단순 노동을 했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 생각한 끝에 하고 있던 인테리어 사업을 활용하기로 했다. 유행이 지나 재고로 남은 도배지 등을 모아 필요한 곳에 무상으로 시공하는 식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김 대표가 봉사를 시작할 당시 주변 반응은 “그걸 왜 네가 하느냐”는 것이었다. 1년 후에는 “또 그걸 하느냐”였고, 3년이 지나서는 “아직도 하느냐”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나니 “정말 하는구나!”라는 반응과 함께 조금씩 참여가 이루어졌다. 주위 사람들이 나눔의 진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봉사를 통해 ‘나눔은 나 자신을 돕고 사는 것이며 나를 가꾸는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된다고 했다.
바빠서 봉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김 대표는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A가 B에게 항아리를 하나 주면서 채워 보라고 했다. B는 돌멩이로 가득 채웠다. 그러자 A가 다시 B에게 더 채워 보라고 했다. B는 거기에 모래를 채웠다. A는 또 채워 보라고 했다. B는 거기에 다시 물을 채웠다. B는 처음에 가득 채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을 바꾸니 채울 수 있는 것은 점점 많아졌다.”

김 대표는 이렇듯 생각의 차이가 역량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며 산다.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25시에서는 정보의 나눔, 생각의 나눔도 나눔의 울타리에 속한다. 많은 이들이 카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크게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회원 한 명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을 듣고 전직 대학병원 간호 부장이었던 회원은 병원을 소개해 줬고, 인연을 맺어 온 두피모발협회(대표 김영배)에서는 항암치료과정에서 탈모가 발생하자 가발을 지원해 줬다. 이렇듯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처지를 나눌 수 있는 연결망 자체가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힘이 돼 주고 있다.

세대를 아울러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며, 나눔을 삶의 일부로 가꾸어 가는 것이야말로 인테리어 25시 봉사단원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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