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설립을 막기 위한 일명 ‘1인 1개소법(의료법 제33조 8항)’과 관련해 위헌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전 병원들이 즐비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 한 거리를 시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의료기관 ‘운영’ 판단기준 놓고 갈등
변호사 “가이드라인 없어 현장 적용 어려워”
복지부 “대법원 판례 적용… 별도 시행령 불가”
3월 위헌여부 공개변론… 의료계 이목 집중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설립을 막기 위한 일명 ‘1인 1개소법(의료법 제33조 8항)’과 관련해 위헌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장 적용이 어렵고, 법 해석도 모호하다는 것. 현재 이 법안과 관련,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1인 1개소법’이란

1인 1개소법은 말 그대로 한 명의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운영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은 기업형 네트워크병원의 과다한 영리추구나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1인 1개소법은 ‘유디치과’를 견제하는 치과계의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됐다. 1992년 개원한 유디치과는 ‘반값 임플란트’ ‘스케일링 0원’ 등 값싼 진료비를 내세웠다. 이는 기존에 쌓아온 치과계의 진료비를 낮춰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치과계에서 유디치과는 그야말로 ‘미운 돌멩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2011년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유디치과 척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고,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유디치과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던 중 국회에서는 ‘의료법 조항’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1년 의료법 제33조 8항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는 기존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친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해당 법안은 유디치과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분쟁과정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일명 ‘반유디치과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네트워크병원은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운영 구조를 개편해야 했다. 의료기관 개설 뿐만 아니라 운영도 1개소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대표원장 한 명이 소속 병원 모두 운영하는 오너형 네트워크병원과 공동 출자를 기반으로 설립된 조합형 네트워크병원은 대부분 진료기술과 마케팅만 공유하는 프렌차이즈형 네트워크병원으로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법 해석 모호… 현장적용 어려워

이처럼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1인 1개소법.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의료법 제33조 8항의 해석이 모호하다며 ‘위헌’을 주장한다.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에서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는 “어느 정도 관여한 것을 운영으로 봐야 하는지 모호하다”며 “아무런 수익도 배분받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의사결정 과정에 일부 참여하거나 조언한 것도 운영인지, 수익배분을 받는 거라면 어느 정도 배분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시행령이나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해야 하는데 그냥 개설·운영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행정법원에서는 이런 부분의 법 해석에 있어서 계속 문제가 됐다”고 했다. 가령 공정거래법의 경우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지배한다고 개념을 잡을 때 경영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재산권 침해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법무법인 우리누리 변창우 변호사는 “의료기관은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입원 환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다. 대부분 다른 사람의 건물을 임대해 개설하고 있어 매각이나 폐업 절차가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6개월의 유예기간만 주고 병원을 정리하라는 건 재산권 및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위헌적인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대법원 판례 적용… 지극히 적법”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1인 1개소법이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서기관(변호사)은 “과잉진료나 환자의 의료비 증가와 관련해 국회에서 의료법이 개정됐고, 복지부에서 업무 수행 중”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병·의원이나 약국 등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거절할 수 없도록 국민건강 보험법에서 정해놓은 것)이므로 의료기관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전에 과잉진료 등 문제되는 행위를 한 의료기관도 실제 있었다. 이에 1인 1개소법이 적법한 규제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가이드라인이 없고 ‘운영’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운영’은 대법원의 판례를 기준으로 하며, 별도의 시행령은 생길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음 달 ‘위헌여부’ 놓고 공개변론

1인 1개소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오는 3월 10일에 1인 1개소법 위헌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유디치과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다른 병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이 공개변론에는 청구인과 이해관계인 측 변호인, 학계 등 전문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공개변론을 두고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헌이냐, 적법이냐에 따라 네트워크 병원의 앞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판결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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