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공보문화원 이전 건의안을 발의한 서울 종로구의회 박노섭 운영위원장(왼쪽)과 김준영 의원. ⓒ천지일보(뉴스천지)

日 공보문화원 이전 추진 구의원 인터뷰
“명성황후 가례 치른 곳… 역사 생각한다면 옮겨야”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 114-10.’

같은 지번 아래 함께 보기 불편한 두 장소가 있다. 바로 운현궁과 일본 공보문화원이다.

▲ 운현궁 터이자 현 운현궁 옆에 일본 공보문화원이 있다. (사진제공: 네이버)

운현궁(사적 제257호)은 구한말 대표 유적이다. 그 안엔 고종과 명성황후가 가례를 치른 노락당도 있다. 그런데 그 옛터에 일본을 홍보하는 공보문화원이 있다. 현 운현궁과도 가깝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당이 다른 두 구의원이 뭉쳤다. 서울 종로구의회 박노섭(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장과 김준영(새누리당)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공동 발의해 종로구의회에서 채택된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이전 및 운현궁 복원 건의안’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건의안은 서울시와 주한일본대사관 등 관계 기관에도 전달된 상태다.

두 의원은 “일본 문화를 알리는 시설이 운현궁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언젠가는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기에 나섰다. 밖으로 나가 지역 주민과 직접 뛸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서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더 들어봤다.

― 발의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박노섭(박): 종로구는 전통문화 1번지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 나아가 외국인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해 꼭 들르는 장소다. 이렇다보니 일본 공보문화원 문제를 덮고 갈수 없었다.

김준영(김): 구의원은 생활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성장을 돕고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 특히 우리 구는 문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위원장과는 한때 선거에 함께 출마해 경쟁을 하기도 한 사이다. 하하. 그러나 당이 다르다고 구에서 해야 할 일도 다른 건 아니다. 함께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던 중 일본 공보문화원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모아 발의문을 작성하게 됐다.

― 이전과 복원, 어떤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김: 우선은 일본 공보문화원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 문화원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나.

김박: 사실상 이곳에 들어선 이유를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일본 공보문화원은 일본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고 일본어 보급, 일본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을 하는 곳이다. 일본 공보문화원은 1971년 7월 30일 주한일본대사관 공보관실이라는 명칭으로 종로구 안국동 지역에 있다가 1975년 분리돼 현 위치로 이전했다. 이 부지엔 과거 운현궁의 정문이 있었다. 좋은 기가 흐르지 않았겠나 싶다. 그런데 구한말 일본 총독부 헌병초소가 이곳에 세워졌다. 당시 흥선대원군을 비롯한 조선 황실 인사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기도 끊어 놨다. 지금의 공보문화원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어찌됐건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전해야 할 타당성에 대해 더 말하자면.

박: 우선 운현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운현궁은 한때 정문, 후문, 경근문, 공근문 등 4대문이 있었고 궁 전체 부지 면적이 지금의 3~4배였다고 한다. 운현궁의 건물들은 면적만큼이나 웅장하고 화려해 그 위용이 왕궁과도 같았다고 한다. 역사·건축학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 할 수 있어 운현궁의 복원이 절실하다.

김: 특히나 운현궁의 노락당도 어떻게 사용됐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가 있던 곳이지 않나. 이후 명성황후가 일본인에 의해 시해 당했다. 당연히 일본문화를 알리는 시설이 운현궁에 인접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

― 관련 민원은 많았나. 안타까운 부분은.

박: 많은 사람이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다. 안다 해도 그냥 지나치거나 불가능한 일로 여긴 것 같다. 관련 민원은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러한 사연을 알고 있을까. 문화 강국은 우리 문화재를 바로 알고 올바르게 지켜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 예상되는 난항은.

김: 아직 건의문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부딪힐 수도 있긴 하겠으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다음은 복원이다. 운현궁 터엔 일본 공보문화원뿐만 아니라 학교, 기업 등도 있기 때문에 이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 결과가 좋지 않다면.

김박: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면 모를까 안다면 국민들도 들고일어날 것이다. 우리도 일본 공보문화원이 이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생활정치인이라고. 지역 주민들과 서명을 하고 피켓을 들어서라도 우리 지역의 문화재를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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