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신이 아니다”
“내가 믿는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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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피케이가 극단주의 종교인이 테러를 일으켜 사람이 죽고, 사랑하는 사람을 헤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사람이 만들어낸 종교의 차이 때문’이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 (주)와우픽쳐스)
 

영화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 리뷰

가짜 신 이용해 장사하는
부패한 종교지도자 풍자
종교 ‘맹신’ 신자에 경종

종교 빙자한 테러 일어나도
타종교라며 종교계 ‘발뺌’
“가장 나쁜 변호를 하는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제님은 신이 단 한 분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두 분입니다. 하나는 우릴 만든 신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만든 신입니다. 우리는 우릴 만든 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신은 사제님과 똑같습니다. 편협하고 뒷돈 받고 헛된 약속을 하고 부자는 잘 만나주지만 가난한 사람은 기다리게 하고 아부하는 사람한테만 잘해주지요. 내가 믿는 신은 바로 우릴 만드신 신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신은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신과 우주를 창조한 신을 분별해 믿고자 노력하는 신앙인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종교단체에 출석해 헌금하고 기도하고 열심을 다해 봉사한다고 해서 ‘진짜 신’을 믿는 게 아니라며 일침을 가하는 영화가 있다. 우주 만물을 만든 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종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영화다. 인도에서 제작된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다. 영화 ‘세 얼간이’를 통해 국내에도 익숙한 얼굴인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 우주로 돌아갈 수 있는 리모콘을 잃어버려 찾기 위해서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피케이. ⓒ천지일보(뉴스천지)

히라니 감독과 아미르 칸이 만나 제작한 ‘세 얼간이’가 제목과는 다르게 얼간이가 아니었던 것처럼 ‘별에서 온 얼간이’도 마냥 얼간이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오히려 편견과 고정관념, 맹목적인 믿음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잣대로 답을 구하는 그를 얼간이로 만들어버리는 종교인들에게 ‘진짜 얼간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을 던진다.

우주에서 지구에 온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주인공 피케이가 종교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순수하고 이성적이며 객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이 외계인이 지구에 처음 왔으며 이성적이고 본질상 거짓말은 전혀 하지 못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줄거리를 살펴보면 피케이는 지구에 왔다가 우주로 돌아가는 리모콘을 도둑맞는다. 백방으로 리모콘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찾지 못했고, 지구인들이 해결하기 힘든 일을 당할 때 신에게 기도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신상을 구입해 기도해보고 헌금도 해보지만 리모콘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기도한 종교가 자신의 종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수많은 종교 중 자신에게 맞는 종교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모든 종교의 문을 두드리며 간절히 찾고 구하지만 그의 기도는 응답되지 않는다.

▲ 피케이가 극중 종교지도자와 TV대담을 나누는 장면. (사진제공: (주)와우픽쳐스)


왜 응답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던 그는 지구인들이 믿는 신이 두 가지였음을 깨닫는다. 진짜 신과 사람이 만든 가짜 신이다. 그는 지구의 신앙인들이 가짜 신을 믿는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피케이는 사람이 만든 신으로 두려움과 공포심을 이용해 교인들을 휘두르는 종교지도자 앞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신의 응답이라며 거짓말을 해대는 종교지도자들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피케이는 언론과 힘을 합친다. 이 과정에서 기자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바이런 싱은 종교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두려워하는 언론을 설득해 특집 방송을 구성해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게 된다.

피케이는 종교를 앞세워 테러가 일어나는 데도 자신의 종교가 그런 게 아니라며 아무 잘못이 없다고 종교 지도자가 발뺌하는 데 대해서도 “종교의 차이는 신이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이 지어낸 것”이라며 “가장 나쁜 변호를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종교지도자의 모습은 부패한 종교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몸에 온갖 장식을 하고 기름진 피부에 튀어나온 살들로 부를 상징했다. 이 종교지도자는 생로병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교인들에게 헌금을 받고 배를 불렸다. 또 신을 빙자해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영화의 설정이 종교를 거부하는 안티 종교인들의 일방적인 반감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속 종교지도자와 같은 모습이 개신교에서 100만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나안 성도’나 천주교의 ‘냉담교우’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외모만으로 종교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종교지도자에게 알려주고 있는 피케이.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해 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한국인의 종교(1984~2014)’ 조사 결과를 내놓아 종교계를 술렁이게 했다. ‘종교를 믿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종교단체에 얽매이는 것은 싫다’는 항목에 대해 긍정한 응답자는 67%였다.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28%에 그쳤다. 열 명 중 일곱 명 꼴로 종교단체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거부감은 개신교인이 52%로 가장 적었고, 비종교인이 75%로 가장 컸다.

지난해 10월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만 16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사회 및 사회기관 중 종교계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대비 13.2% 하락한 11.8%에 그쳤다. 영화 ‘피케이 : 별에서 온 얼간이’가 주는 메시지를 종교계가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 영화는 ‘신에 대한 발칙한 도발’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됐지만 실은 ‘가짜 신을 이용해 신앙인을 속이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발칙한 도발’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서는 소수 극장에서 개봉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이 늘고 있다. 또 평점 9을 넘기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감독판으로 현재 IP-TV, 웹하드,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이미 인도에서는 2014년에 개봉돼 1200억원을 벌어들이며 인도 역대 최고의 흥행 수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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