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주장
설날에도 소녀상 지켜… “함께 싸울 것”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소녀상의 손이 이렇게 차가운지 몰랐어요.”
6일 설 명절이 시작되면서 서울 도심은 한가했지만, 평화의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대학생들이 소녀상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어서다.
소녀상의 손을 꼭 감싸던 정우연(22, 겨레하나 대표)씨의 마음은 아려왔다. 이토록 소녀상의 손이 차가울 줄 상상도 못 했다. 찬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그동안 혼자 이곳(옛 일본대사관 앞)을 지켜온 소녀상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농성시위를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지, 좀 더 빨리 함께했다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더 합리적인 결과를 내진 않았을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농성시위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수요 시위가 끝나고 대학생들은 소녀상 옆을 지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진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잘 된 합의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 숨은 문제는 너무 심각해요. 빨리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소녀상을 이전시키겠다는 말도 나왔어요. 소녀상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생들인 이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땐 무서웠다고 한다.
“처음에 경찰이 우리 침낭을 다 뺏어갔어요. 밤새 모두 다 서 있을 수밖에 없었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침낭을 하나씩 가져오는 건 허락해 줬어요.”
어두운 밤, 살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과도 싸워야 했다.
“한파를 견디는 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녀상을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이 작은 행동을 멈추면 더 이상 위안부 합의 문제를 놓고 싸우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았어요. 한파보다 그게 더 두려웠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과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농성에 대한 주변 분위기도 서서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대학생들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생들은 싸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갔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설날에도 소녀상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화되는 거예요.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56%가 이번 합의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외교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는 이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더 알릴 거예요. 정부가 인정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정씨는 위안부 문제가 일제가 우리나라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문제를 넘어 역사적인 문제이자 나아가 평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온 국민이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같이 싸워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