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전면무효’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학생 겨레하나 정우연(22) 대표가 소녀상의 목도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주장
설날에도 소녀상 지켜… “함께 싸울 것”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소녀상의 손이 이렇게 차가운지 몰랐어요.”

6일 설 명절이 시작되면서 서울 도심은 한가했지만, 평화의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대학생들이 소녀상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어서다.

소녀상의 손을 꼭 감싸던 정우연(22, 겨레하나 대표)씨의 마음은 아려왔다. 이토록 소녀상의 손이 차가울 줄 상상도 못 했다. 찬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그동안 혼자 이곳(옛 일본대사관 앞)을 지켜온 소녀상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농성시위를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지, 좀 더 빨리 함께했다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더 합리적인 결과를 내진 않았을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농성시위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수요 시위가 끝나고 대학생들은 소녀상 옆을 지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진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잘 된 합의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 숨은 문제는 너무 심각해요. 빨리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소녀상을 이전시키겠다는 말도 나왔어요. 소녀상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생들인 이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땐 무서웠다고 한다.

“처음에 경찰이 우리 침낭을 다 뺏어갔어요. 밤새 모두 다 서 있을 수밖에 없었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침낭을 하나씩 가져오는 건 허락해 줬어요.”

어두운 밤, 살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과도 싸워야 했다.

“한파를 견디는 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녀상을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이 작은 행동을 멈추면 더 이상 위안부 합의 문제를 놓고 싸우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았어요. 한파보다 그게 더 두려웠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과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농성에 대한 주변 분위기도 서서히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대학생들은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생들은 싸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갔다.

▲ 서울대학생 겨레하나 정우연(22) 대표가 소녀상의 손을 꼭 감싸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설날에도 소녀상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화되는 거예요.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56%가 이번 합의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외교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는 이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더 알릴 거예요. 정부가 인정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정씨는 위안부 문제가 일제가 우리나라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문제를 넘어 역사적인 문제이자 나아가 평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온 국민이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같이 싸워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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