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규장각 의궤 홈페이지 메인화면.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DB구축

297책 원문·이미지 공개

왕이 보던 행사 종합보고서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의식(儀式)의 궤범(軌範)이라는 뜻으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 ‘의궤(儀軌)’. 의궤는 조선 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의식과 행사를 연 후 그 과정을 기록 한 일종의 종합보고서다. 후대 사람들이 시행착오 없이 예법에 맞게 원활히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전례를 세우기 위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로 행사 준비․진행 과정, 의례 절차와 내용, 소요 경비, 참가 인원, 포상 내용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그림이 실리기도 했다.

조선 시대 기록문화의 꽃 외규장각 의궤를 안방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최근 외규장각 의궤 홈페이지를 통해 외규장각 의궤 전권의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 등 종합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했다.

정조는 1782년 왕실 관련 서적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강화도 행궁에 외규장각을 설치했다. 이때 보관돼 있던 의궤가 ‘외규장각 의궤’다. 국왕이 직접 보았던 책인 외규장각 의궤는 모두 297책, 쪽수로는 11만 3832면이다.

▲ 문효세자 효창원 부장품.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국가DB 사업의 일환으로 3년(2013~2015년) 동안 외규장각 의궤 종합 DB를 추진했다. DB 구축은 국내 의궤 소장 기관인 서울대학교 규장 각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의 협조를 통해 완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본 사업은 외규장각 의궤에 관련된 교육·문화콘텐츠 개발의 기반을 제공해 부가가치를 창출 할 것”이라며 “정부 3.0 정책에 발맞춰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정보 공개를 통해 원문 검색 범위가 종전 32%에서 100%로 확대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또 의궤 속 그림 자료(도설, 圖說)에 대한 분류 체계를 개 선하고 이해하기 쉬운 해설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울러 중앙박물관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왕실의 행사 장면을 그린 행렬도인 ‘반차도’로 삼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수상자에게는 외규장각 의궤에 수록된 이미지를 활용한 기념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조선4실에서는 외규장각 의궤 관련 유물을 새롭게 공개한다. 왕을 위해 제작한 어람건 의궤의 아름다운 장황(책의 표지)과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무덤을 옮기는 행렬도를 그린 반차도를 함께 전시한다.

▲ 사도세자영우원천봉도감의궤 반차도.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이와 함께 정조의 첫째 아들인 문효세자(1782~1786)의 무덤인 효창원에서 출토된 부장품과 ‘문효세자묘소도감의 궤’를 공개해 왕실의 장례에 대해 보여 준다. 동시에 숙종의 일생을 담은 ‘숙종 인현왕후가례도감의궤’ 등의 복사본을 교육 자료로 배치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해 12월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외규장각 의궤 연구: 흉례’를 발간했다. 책은 미소장본 의궤 중 왕실의 상장례(흉례) 관련 의궤를 집중 조명했다. 역사·공예사·복식사·회화사·보존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외규장각 의궤를 다각도로 세밀하게 분석했다.

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 종합 DB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와 원문 등 다양한 자료는 외규장각 의궤의 연구 심화 및 관련 문화, 교육 콘텐츠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