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전형민 기자]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여-야의 갈등이 여전한 상태에서 여-여의 갈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당권과 차기대권을 놓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결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정운찬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 대신 세종시 수정안을 ‘총대 메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에는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통과 ‘키’를 잡은 박 전 대표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두 사람 사이의 설전이 치열하다.

정 대표가 지난달 14일 당 회의를 통해 중국의 ‘미생지신(미생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우에도 불구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는 내용)’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 ‘융통성’을 강조하며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1일 친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세종시 수정안 토론회의 인사말을 통해 “박 전 대표가 꼭 원안이 좋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고 2일 국회 본회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는 “과거에 대한 약속이냐 미래에 대한 책임이냐”라는 발언을 통해 박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에 박 전 대표도 연일 거친 발언으로 응수하고 있다.

‘미생지신’이라는 고사의 인용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수정안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원안을 지지하면 애국이 아니라는 사고 자체가 판단 오류”라고 반발했고 ‘원안이 좋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발언에는 “기가 막히고 엉뚱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세종시 문제를 포함한 정국의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박 전 대표의 모습으로는 이례적인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세종시 문제를 두고 당권과 대선후보를 놓고 대결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지대표’라는 수식어가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정 대표의 경우 친이계를 등에 업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통과에 성공할 경우 당권을 휘어잡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사의를 표명한 장광근 사무총장의 후임을 위한 당직자개편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물보다는 친이계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인물들을 물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박 전 대표에 대한 ‘강공’은 이어질 전망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와 각을 세워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정 대표의 정략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박 전 대표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정 대표 발언에 대해 자주 언급하면서 정 대표를 링 위로 끌어올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에게 그런 우려를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오로지 세종시에 대한 소신과 철학, 개인적 가치관인 신의를 존중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든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전혀 사실 관계를 알지 못하고 발언하거나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나 소신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이를 바로잡지 않을 수 있겠냐”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측근의원은 “정 대표는 박 전 대표를 걸고 넘어지면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정략적으로 생각하는 듯하지만 박 전 대표는 그런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설령 정 대표의 잔꾀에 말리더라도 오해는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순수한 차기 대권 경쟁구도 차원에서만 볼 경우 두 사람 모두 결코 손해를 볼 것이 없는 ‘윈-윈’ 게임이라는 분석도 있어 앞으로 이어지는 정-박 대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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