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7일 시리아 관영 방송인 알 메야딘이 제공한 화면으로 시리아 다마스쿠스 부근에서 정부군이 반군 근거지를 공습하고 있다. 이 공습으로 반군인 ‘자이시 알 이슬람(Jaysh al Islam)’의 지도자인 자흐란 알루시(44)와 또 다른 간부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뉴시스)

시리아 정부군의 봉쇄로 수십명이 질병과 기아로 목숨을 잃은 마다야 마을에서 또 16명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지난달 30일 전해졌다. 정부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포위돼 지난해 7월부터 식량을 얻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다가 지난달 11일 가까스로 구호물자가 지원됐지만 이미 주민들의 소화기관은 말을 듣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마다야 지역에 구호물자가 지원됐음에도 이처럼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강조하며 주민 2만명 중 영양실조 환자가 무려 320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33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다야 지역 외에도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에 의해 봉쇄를 당한 지역에 갇힌 시리아인들은 약 150만~2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는 의약품은 물론 먹을 음식이 없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현재 터키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난민들을 돕고 있는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이 터키에서 전해왔다. 압둘 와합 기획국장은 국내 1호 시리아 유학생이기도 하다. 그는 난민들의 실태를 널리 알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목숨이 구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본지는 그의 기고를 2회에 걸쳐 나눠서 싣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 세계는 마다야에서 벌어진 이런 끔찍한 인권 유린행위와 비극을 묵과하고 있었으며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UN조차도 올해 초가 되어서야 SNS로 알려진 이 비극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UN은 정부군에게 봉쇄를 풀고 긴급 식량 반입을 허락하라는 소극적인 요청만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러시아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리아 정부를 설득한 끝에, 식량을 실은 44대의 컨테이너 트럭만을 마다야에 들여보낸다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그러나 그 양은 3개월간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워 온 모든 주민들에게 보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그마저도 정부군이 허가한 물품만이 반입 가능하기에 밀가루나 쌀과 같은 기본적인 식자재들은 없었다. 이튿날 추가로 두 번째 구호물자들이 들어왔지만 역시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정부군은 기름이나 난방용품 등을 들여보내는 것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눈과 추위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지역, 특히 추운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 동안 매우 추운 날씨로 유명한 마다야에 봉쇄 제재는 더욱 혹독하다.

마다야 지역에 들어간 국제파견단은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것은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구호품이 마다야에 들어간 후, 다섯 명이 장기간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음식을 먹게 되자 사망했다. 또한 170명 이상이 중증 환자로 마다야 밖으로 옮겨 대형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군은 그 환자들을 마다야 밖으로 보내는 것을 절대 허가해 주지 않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 정부는 그 이후,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마다야 인근 지역에 많은 식량들을 제공했다. 이것들은 식량을 몰래 들여보내는 정부군 브로커들에 의해 마다야 내에서 몇 백 배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또한 마다야 사태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뒤 후원금들이 들어왔고, 이 후원금으로 인근 지역에서 식량을 사서 브로커들을 통해 마다야 내로 식량을 보내어 주민들을 살리려 하나 이 역시 몇 백 배 비싼 가격으로 식량을 사서 들여보내는 것이므로 결국 브로커들의 주머니만 채우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마다야 지역과 그 주변 일대가 봉쇄된 것은 그 곳 주민 모두가 이슬람 수니파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굶주림으로 살해하거나 혹은 다른 봉쇄 지역에 해왔던 대로 간헐적 봉쇄를 시행해 주민들이 두려움에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게 만들면 그 지역은 텅 빈 상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정부군은 다마스커스부터 레바논 내에 헤즈볼라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 이르기까지 알라위파 국가를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렇게 해서 현 대통령 아사드는 장기독재집권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정부군이 인종청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마다야의 봉쇄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군이 임시로 구호물자를 들여보내는 것을 허가한 것은 짧은 기간 동안이며 이 후 구호물자를 다 소진한 후에는 마다야는 다시 기아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시리아 동부지역에 데라조르(Deir ez-Zor) 주에는 거대하고 극심한 기아가 퍼져있다. 이 지역은 정부군과 IS가 봉쇄한 곳으로 2년이 넘도록 주민 40만명 이상을 가둬두고 있다. 그곳 주민들은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어 긴급구호가 절실하다.
 

▲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돼 수개월째 고립된 반군점령 마을 마다야에서 기아사태가 발생하면서 한 소년이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사진은 현지 조직인 혁명위원회가 AP에 제공한 것이다.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25㎞, 레바논과의 국경으로부터 불과 11㎞ 떨어진 마다야는 지난해 7월 초부터 시리아 정부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에 포위돼 고립됐었다. 마다야에 인도적 지원품이 전달된 것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시리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마다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반입에 동의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사진출처: 뉴시스)

이 봉쇄행위는 UN기준에 명백한 위반이다. 이것은 국제형사재판소 법령 제6조에 명시돼 있다. 시리아 내 수니파의 수는 16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감소했다. 사람들이 차라리 난민을 선택해 시리아 밖으로 도망쳐 나왔기 때문이다. UN과 국제형사재판소는 책임감을 가지고 즉각적이고 긴급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 또한 UN은 힘없고 존재감 없는 중재자로서 휴전협정을 맺어서는 안 되겠다.

시리아 정부는 인권유린 방식의 도시 봉쇄전략을 즉각 포기하고, 시민들의 기초적인 신체 안전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세계 강대국 또한 시리아 정부에게 도시 봉쇄전략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원조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IS에게 포위당한 이라크 야지디족 마을과 아인 알아랍(Ayn al-Arab) 지역에 식량 및 생필품을 비행기로 실어 떨어뜨린 사실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다. 왜 이러한 방법을 이 같은 봉쇄 지역에는 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전 세계 시민들은 연대해 봉쇄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힘닿는 데까지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봉쇄된 사람들의 문제는 전 세계의 ‘여론’이 될 것이고, 이는 UN이 온전한 방식으로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과식과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한 다이어트와 피트니스 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으며 과다체중으로 수천 명이 죽고 있다. 21세기에는 음식이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음식이 너무 많아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있다. 어쩌면 현재 세상에는 도덕과 양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물론 남아있는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은

시리아 최고 대학 다마스쿠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제1호 시리아 유학생이 됐다. 와합은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한국법과 시리아법을 비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에는 자국의 참상을 국내에 알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난민 캠프의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2월 2일 현재 터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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