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반도는 사드배치 문제로 또 다시 복잡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그만큼 귀한 땅, 가치 있는 땅이라는 역설적 해석도 가능하다. 세계사적으로 봐도 반도지형을 가진 반도국가의 운명은 대부분 동일하다. 중세 이탈리아반도와 같이 힘과 문명과 문화의 조화를 이뤄 지혜롭게 잘 대처한 나라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문예부흥(文藝復興)의 꽃을 피웠으나, 발칸반도 크림반도 한반도 등과 같은 반도 국가는 외세의 말발굽아래 늘 고단한 역사를 이어와야 했다.

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대륙에서 해양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고, 해양세력은 대륙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된다. 즉, 반도는 상호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딛고 가야 하는 발판이란 얘기다. 팽창주의를 염두에 둔 열강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인 것이다.

특히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그 어느 곳보다 외세의 침략이 잦은 곳이다. 중국은 두말할 것도 없고, 구한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해양진출이 실패로 돌아가자 남하정책의 일환으로 부동항을 찾아 한반도를 넘보게 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은 거문도를 불법 점령해 기지로 삼으면서 영일동맹을 맺으며 일본을 끌어 들여 러시아를 견제케 함으로써 결국 물고 물리는 열강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말았다.

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데 이어, 후발로 나선 신흥제국 미국은 같은 해 아시아 태평양의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소위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은 한반도를 일본에게 양보하는 조건으로 필리핀을 속국화하기로 하는 비밀 거래를 하기에 이르렀으니,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를 사실상 견인하고 방조한 나라가 된다.

한반도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해방도 잠시 동족상잔의 비극은 급기야 한반도의 허리를 두 동강으로 잘랐다. 사람이 허리가 잘리면 어떻게 되며 얼마나 아프겠는가. 누가 잘랐는가. 이 또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강들의 이권에 따라 우리는 허리가 잘리는 고통을 또 다시 감내하며 오늘에 이르렀으니 우리 민족의 생명력은 참으로 강하며 위대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지나간 역사를 고찰해 보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풀어 가는 데 있어 교훈으로 삼고 지혜를 얻자는 데 있다.

이 한반도에서 또 다시 불거진 사드배치 논쟁, 이 사드배치 논쟁은 이해관계에 있는 주변 열강들의 논쟁뿐만이 아니다. 국내 여론마저 찬성과 반대로 갈라놓으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드(THAAD)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MD(missile defense)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MD체계의 하나가 바로 사드며, 기존의 패트리어트미사일체계와는 다른 점은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점이다.

우리가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사드는 미국이 필요한 미사일 방어체계다. 다시 말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즉, ‘대륙’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본토에 적의 미사일이 공격해 오는 것에 대한 방어체계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드는 현실적으로 우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와 관련된 것은 북의 남한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다. 짧은 거리 짧은 시간에 공격이 가능하기에 고고도방어체계로서는 오히려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패트리어트미사일체계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북한의 미사일공격을 막기 위해 구축된 패트리어트미사일 역시 시험결과 요격률이 0%대로 밝혀진 지 오래며 미국도 인정하는 바다. 사드 역시 성능에 대해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드배치 문제가 다시 대두된 것일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이 앞장서주길 원했지만 중국은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대한 압박으로 사드배치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에 의해 중국 베이징 권역까지 기간시설은 물론 군사시설이 레이더에 훤히 잡히기 때문이다. 북한 제재에 앞장서라는 한국과 미국의 압박이 사드배치라는 카드로 나타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제 한국에 사드배치를 성공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한국전에 실효가 없음에도 경제적 군사적 이득을 꾀하려는 미국의 속내는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도 한반도는 두 강대국 내지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는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역이다. 하지만 오늘날이 과거와는 다른 것은 군사적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원화된 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의 한 언론에서 ‘한국에 사드배치를 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라고 한 경고가 그 한 예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교역량보다 많은 교역량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군사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큰 지표가 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군비경쟁이 돼선 안 된다.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정부는 군비경쟁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망국(亡國)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왜, 한반도는 화약고이기 때문이다.

진정 남과 북의 평화를 원한다면 대화와 협력으로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해 가야 할 것이다. 외세의 이권과 이해관계에 편승할 필요도 없다. 주권국으로 당당히 주권행사를 할 때 오히려 열강들은 머리를 숙이고 나아 올 것이며, 제2의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는 요충지로 거듭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