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의 봉쇄로 수십명이 질병과 기아로 목숨을 잃은 마다야 마을에서 또 16명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30일 전해졌다. 정부군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포위돼 지난해 7월부터 식량을 얻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이다가 지난달 11일 가까스로 구호물자가 지원됐지만 이미 주민들의 소화기관은 말을 듣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마다야 지역에 구호물자가 지원됐음에도 이처럼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강조하며 주민 2만명 중 영양실조 환자가 무려 320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33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다야 지역 외에도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에 의해 봉쇄를 당한 지역에 갇힌 시리아인들은 약 150~2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는 의약품은 물론 먹을 음식이 없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현재 터키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난민들을 돕고 있는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이 터키에서 전해왔다. 압둘 와합 기획국장은 국내 1호 시리아 유학생이기도 하다. 그는 난민들의 실태를 널리 알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목숨이 구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본지는 그의 기고를 2회에 걸쳐 나눠서 싣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헬프시리아 압둘와합 기획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리아에서 내전이 시작된 이후 시리아 정부는 현 대통령과 정부를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화학무기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비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왔다.

이것도 부족해 정부군은 오랜 전쟁 속에서 건강과 교육문제는 물론 기본적인 생존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굶주림’이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물자 보급로를 차단하고 마을 주변에 지뢰를 매설해 무기가 없는 일반시민과 어린이, 노인까지 고립돼 굶어 죽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끔찍한 전략이었다. 야르무크 캠프(Al Yarmouk Camp)나 다마스쿠스 고우타(Ghouta) 지역같이 주로 전략적 요충지, 혹은 반정부군의 주요 근거지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고서와 세계인권기구 그리고 UN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 봉쇄된 지역은 100여곳에 이르며 그중 약 97개 지역을 정부군이, 나머지 2곳은 반군이 봉쇄하고 있다. 그중 정부군의 봉쇄 지역에서 약 100만명의 시리아인들이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지역의 봉쇄를 풀지 않으면 그 일대 전 지역이 기아에 허덕일 것이다.

몇몇 지역은 장기간 봉쇄가 지속돼 왔고 이 사실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렇지만 봉쇄된 채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역들도 많이 있다. 아마도 이 중에서 봉쇄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곳 중 하나가 야르묵 캠프(Al Yarmouk Camp)일 것이다. 야르묵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의 중심에 위치한다. 도시 중심에서 불과 6㎞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정부군은 야르묵 캠프에 있는 1만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6달 이상 고립시켰다. 지독한 배고픔에 사람들은 쓰레기, 벌레들을 먹었고 170명이 굶어 죽었다. 그러나 정부군은 여전히 이 캠프에 간헐적 봉쇄를 계속해 오고 있다.

한편 다마스커스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무으다미야 앗샴(Muadamiyat al-Sham)’시에는 4만 50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 정부군은 이곳을 2013년부터 8개월 이상 봉쇄했고 많은 주민들이 아사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봉쇄가 풀렸을 때 대다수의 주민들은 또 봉쇄될 것을 두려워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쳤다. 유감스럽게도 정부군은 간헐적으로 그 지역의 봉쇄를 지속해 오다가 최근에는 또다시 완전 봉쇄하고 있다. 아마도 이 봉쇄로 인해 조만간 그 지역에 또 큰 재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봉쇄된 지역은 음식과 의약품이 부재하게 되고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쓰레기, 벌레 등을 먹게 되면서 위험한 질병들이 퍼져나간다.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해 소아마비가 된 아이들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그 지역의 봉쇄가 부분적으로 해제됐을 때, 그곳 민간인들에게 구호물품이 전달됐다. 그러나 힘든 상황들과 또다시 갇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주민들은 인근 국가로 도망쳤다.

그런데 어떤 과정을 통해 봉쇄가 완전히 풀렸을까.

봉쇄가 해제된 모든 경우를 살펴보면 UN의 중재로 그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들과 시리아 정부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이 합의문에는 전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리아 밖으로 나갈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니 반군들은 그 지역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정부군은 봉쇄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됐으며 그곳의 모든 주민들은 시리아 정권을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간 봉쇄가 풀린 경우들을 살펴보면 정부군 측의 제안과 조건에 따라 봉쇄가 해제돼 왔다. 그렇지만 UN의 힘이나 강력한 제안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후로 정부군은 해당 지역에서나 다른 지역에서 봉쇄 정책을 중단했을까?

정부군은 기아정책을 중단하지 않았다. 현재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레바논 국경 사이에 있는 마다야(Madaya)라는 인구 4만의 작은 도시이다. 아사드 정권과 레바논 헤즈볼라는 약 1년 전부터 이 지역을 봉쇄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봉쇄를 더욱 강화한 나머지 10월 이후로 식량과 의료품은 물론 외부 사람들의 유입까지도 모두 차단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군은 비스킷 등과 같은 식품을 몰래 반입시켜 어마어마한 값에 팔고 있다. 쿠키 한 개에 10달러, 쌀 1킬로그램에 250달러, 밀가루 1킬로그램에 4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이유로 식료품을 구할 수 없는 시민들이 태반이며, 굶주린 시민들은 마을에 보이는 개, 고양이, 쥐와 같은 동물을 잡아먹거나 풀과 나뭇잎을 물에 끓여 먹는 방법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로, 우유를 구할 수 없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소금과 물을 먹이는 것이 전부다. 굶주림 끝에 쓰레기를 뒤지거나 이웃에게 구걸을 하기도 하는 시민들은 신진대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죽어 나가고 있다.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기획국장은

시리아 최고 대학 다마스쿠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제1호 시리아 유학생이 됐다. 와합은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한국법과 시리아법을 비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에는 자국의 참상을 국내에 알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난민 캠프의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2월 2일 현재 터키에서 활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