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금융위원회에서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이 성과연봉제 관련 브리핑 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팀장급 연봉 격차 최대 2050만원

금융노조 “거부… 총력투쟁 전개”

[천지일보=이솜 기자] 금융 공공기관이 호봉제를 폐지하고 내년까지 전원 연봉제에 돌입한다.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캠코 등 금융권 9개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사항이나 민간 금융기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임종룡 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이를 골자로 하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성·경쟁력 높이기 위해 도입

정부가 금융 공공기관에 성과 중심주의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높은 보수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받는 금융 공공기관의 전문성 등을 제고해 금융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는 앞서 1월 정부가 기존 간부직에만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제시함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나 권고안 보다 높은 공기업의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결정한 데에는 승진대상자에게 높은 고과를 부여하는 등 온정적 인사 관행 등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이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간부직(통상 2급 이상)의 경우 2010년 정부 권고안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어느 정도 정착됐으나 비간부직(통상 3, 4, 5등급)은 일부기관이 호봉제를 유지하거나 성과연봉제를 돌입했더라도 보수 차등폭이 적은 등 형식적으로 실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2014년 말 비간부직의 성과보수 차등율은 1.6배로 낮은 수준이고 성과보수 비중도 12%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위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성과주의, 어떻게 달라지나

최하위 직급(통상 5급)과 기능직은 성과연봉제에서 제외된다. 올해 중 성과연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3급(팀장급) 최대 격차는 2050만원으로 추정된다.

기본연봉 인상률은 자율적으로 정하나 최고·최저 등급자 사이의 차등폭은 평균 3%포인트 이상을 유지하게 했다. 5개 등급(S, A~D등급)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만약 기본연봉의 기준인상률이 2%라고 하면 중간인 B등급은 2%가 그대로 오르고 S등급은 1.5%포인트를 더한 3.5%, D등급은 1.5%포인트를 뺀 0.5%만 증가하는 꼴이다. 성과연봉 비중은 올해 중 20%로, 내년에는 30%로 확대하고, 최고·최저 등급 사이의 차등폭은 최소 2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차등폭이 2%포인트(±1%)가 적용되는 팀장급(3급)을 기준으로 보면 직원 기본연봉의 최고·최저 격차는 134만원, 5년 후에는 최대 730만원까지 확대된다. 기본연봉에 성과급 비율을 곱한 성과연봉의 경우 인상액 차이가 1920만원에 이르게 돼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첫 해 팀장급의 전체 연봉은 최대 2050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거부’… 합의 추진이 관건

이번 성과연봉제는 보수가 연관돼 있는 만큼 근로자와의 협의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노조가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성과주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어 현실화되기까지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일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의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거부하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임금체계는 기업별로 노사가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만들고 다듬어온 노사 자치의 산물”이라며 “경영 여건, 인력 구조 등 임금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개입해 임금체계를 강요하는 건 독재국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금융위 역시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노조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기관장 중심으로 노사협의가 바로 진행될 것”이라며 “합의가 어렵다면 금융위원장이 직접 만나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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