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에 출연한 배우 조재현이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립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상호 분
노숙자 생활 이색적, 묘한 쾌감 느껴
프랑스 다리 밑 지린내 아직도 생생
독립영화, 논리보다 느낌 따라 연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촬영을 통해 노숙자 생활한 것 정말 이색적인 일이었어요. 이번 작품 아니면 어떻게 제가 외국에서 노숙을 해보겠어요? 이럴 때 연기자로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드라마와 예능,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조재현이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감독 전수일, 제작 동녘필름)’로 돌아왔다.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는 파리로 신혼여행 갔다가 사라져버린 아내 연화(팽지인 분)를 찾기 위해 여행지를 헤매는 상호(조재현 분)의 이야기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아내를 잃어버린 한 남자. 그녀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스스로 사라진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비가 고인 다리 밑에서 노숙하고, 창녀촌에서 아내를 찾아다닌 상호는 의심과 불안, 실낱같은 믿음과 희망을 품고 2년을 보낸다. 그러던 중 한국인 ‘창(리콴락)’을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다.

조재현은 극 중 사라진 아내를 찾아 파리 곳곳을 누비는 상호 역을 맡았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조재현은 예능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 호탕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조재현에게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후일담을 들어보자.

Q.작품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

드라마 ‘정도전’을 마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그때 영화 섭외가 들어온 시기가 잘 맞아서 하게 됐다. 전수일 감독하고 친분이 두터운데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 이후 같이 작품을 안 하려고 했다(웃음). 노숙자 경험을 언제 해보겠나 싶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 연기자로서 역할을 간접적으로 느낄 때 재미를 느낀다. 여행하는 사람이나 기자 역이었다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을 것.

Q.프랑스 파리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힘들었던 점은.

유럽은 대부분 화장실 갈 때 돈을 내고 가야 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상 방뇨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린내가 많이 난다. 더구나 노숙자 역할이라 다리 밑에서 촬영하는데 그곳의 냄새가 더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야식으로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데 맛있게 다 먹었다.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웃음)

Q.외국에서의 노숙자 역할 촬영,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옷이 한 벌이라서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그래서 숙소에 들어갈 때도 입고, 나올 때도 입고 나왔다. 실제 노숙자 옷을 구해서 입어봤는데 별로더라. 의상팀 등 스텝들이 벼룩시장이나 저가백화점에 가서 새 옷을 산 뒤 엄청나게 많이 탈색하고 문질러서 만든 옷이다. 이 옷을 입으면 노숙자로 보기 때문에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어쩌다가 한번 레스토랑이나 건물 화장실에 가려고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입구에서 막는다. 좀 서러웠다.

Q.낡은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고 다니던데. 이유가 무엇인가.

목적지가 딱히 있지 않은 상호의 심리상태를 반영했다. 그런 상황에서 완전 군장을 하듯 올바르게 메고 다니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Q.비(非)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떻게 섭외했나.

대부분 현지 스텝의 친구 등 지인이다. 대표적으로 창녀 역으로 나온 친구들은 현지에서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스텝의 친구들이다. 그중에는 실제 중국인들도 있다. 스텝이 “출연료가 없고 창녀 역할인데 한번 해볼래?”라고 말하면 “신기하다. 해보겠다”라며 흔쾌히 승낙했다고 하더라. 유학생들이라 그런지 다 마음이 열려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다 초대해서 이틀 동안 밤샘촬영을 했다. 둘째 날에는 좀 힘들어하더라.

Q.독립영화를 촬영할 때 작품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식으로 분석하나.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다르게 촬영할 때 방향을 정하지 않고 느낌으로 연기한다. 전수일 감독은 영화를 이미지와 느낌으로 구성하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정하지 않고 갈 때가 있다. 독립영화의 특징이다. 자꾸 논리적으로 찾아가다 보면 그 느낌을 벗어난다. 이를 이해 못 한 배우가 감독이 만나면 충돌이 많다. 신인배우들은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려울 것이다. 수학공식을 풀듯 해버리면 서로 안 맞는다. 전수일 감독님은 그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한다.

Q.독립영화를 찍고 언론에 공개한 소감은.

상업영화 홍보할 때 인터뷰한 매체를 똑같이 만나도 바닷가에서 꼬마가 해변에 모래성을 쌓는 느낌이다. 파도가 치고 나면 없어질 것 같다. 조금 더 튼튼한 곳에서 성을 쌓을 수 있길 바란다.

한편 노트르담 다리 밑, 차이나타운 뒷골목, 집시들의 초원. 파리의 가장 낯선 곳을 담아 파리의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6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