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신인공식(神人共食)을 위해 한데 비벼 먹었다’

밥을 비벼서 먹는다는 의미를 그대로 표현한 비빔밥. 고슬고슬한 밥에 갖가지 알록달록한 반찬과 고소한 참기름을 곁들이고 대망의 새빨간 고추장을 한 숟갈 듬뿍 넣어 비비면 금세 빨간 옷으로 갈아입고 ‘이만한 식사거리가 없다’는 듯이 고운 빛깔을 뽐낸다.

별 생각 없이 먹어왔던 비빔밥이 이젠 세계가 알아주는 한식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고, 한국의 효도음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우리네 식사, 그 자랑스러운 비빔밥의 뿌리를 살펴본다.

‘비빔밥’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1800년 말에 기록된 ‘시의전서(是議全書)’이다. 이 책은 아쉽게도 작자는 미상이지만 비빔밥을 ‘비븸밥’으로 표기한 최초 요리서다.

또 골동반(骨董飯)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물건을 한데 섞는 것처럼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한다.

비빔밥의 종류도 다양하다. 밥에 들어간 재료와 지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비빔밥이 오늘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비빔밥의 유래에 관한 설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임금이 먹었던 가벼운 식사였다는 ‘궁중음식설’, 농번기에 매번 구색을 갖추기 어려워 한 그릇에 갖가지 음식을 섞어 먹었다는 ‘농번기음식설’, 그리고 ‘동학혁명설’ ‘음복설’ ‘묵은 음식 처리설’ 등이 있다.

특히 ‘음복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제사를 마친 뒤 제사상에 놓인 제물을 빠짐없이 먹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신인공식(神人共食)’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혼령이 내려와 드셨던 음식을 한데 모아 식구들이 다 같이 먹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비빔밥은 한국인들이 쓰는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이 타국의 문화보다 만연하기 때문에 나온 음식문화로 보인다.

또한 함께 지내온 식구였음을 잊지 않고 조상들까지 ‘우리’라는 의미를 가미시켰던 한국의 문화가 비빔밥의 의미를 한층 깊게 만들어 준다.

식구(食口)라는 의미를 봐도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듯이 한국인의 공동체 문화는 음식이란 매개체가 우리의 민족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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