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9일 도쿄에서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기준금리를 -0.1%로 내렸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일본은행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구로하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1%로 정했다.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5명이 찬성, 4명이 반대했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짐에 따라 앞으로는 민간 은행이 일본은행에 돈을 예치하게 되면 이자가 아닌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금리는 내달 16일부터 도입된다. 이번 결정은 중국 경기둔화와 원유 가격 약세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일본 국내 경기와 물가도 부진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을 수 있도록 당좌 계정을 3단계 계층 구조로 나누고 플러스 금리,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각각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겨둔 당좌예금 중 기초잔고(작년평균잔고)에는 현행 0.1% 금리를 적용하고, 지금준비금 등 매크로 가산잔고에는 제로금리, 기초잔고와 매크로가산잔고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0.1%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은행 대출 증가와 금리 하락, 엔화 약세 촉진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시중은행에 풀리지 않고 있던 초과분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대출을 하거나 국채 매입 등을 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간접적 양적완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이 한국의 수출경쟁력의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물가 전망치도 기존 1.4% 상승에서 0.8% 상승으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7월 전망치인 1.9%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1% 이상 하향된 것이다. 또한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 시기를 종전 ‘2015회계연도 후반’에서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전반’으로 연기했다.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구로다 총재는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 완화든 무엇이든 금융정책을 조정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도 금리인하를 결정한 만큼 향후 물가상승률 달성이 어려워지면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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