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
갈라진 하나님-사람 관계
화해 통해 회복하는 일

통일은 국민 염원의 결실
많은 준비·노력 필요하나
국민의 공감 형성 중요해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천주교 산하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세계적으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있지만,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는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가 별도로 있다.

천주교 산하 모든 교구(15개)에 ‘민화위’가 있고, 이 교구의 협의체를 이끌어가는 천주교 주교회의 민화위. 민화위의 총무 이은형 신부를 만나 민화위의 활동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천주교인들이 아닌 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 민족화해위원회. 그는 “통일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곳”이라며 “또한 신앙인으로서 한반도의 복음화를 위해 준비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통일을 단순히 ‘남북을 합한다’는 개념이 아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용서·사랑하는 ‘화해’ ‘일치’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겼다.

◆“화해·일치는 곧 구원”

이 신부는 “화해와 일치는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구원’과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죄로 인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가 단절됐고, 그 결과가 바로 죽음입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오신 분이 예수님이셨고, 예수님의 역할은 갈라진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 일치·화해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곧 구원이며 사랑”이라며 “이 같은 예수님의 뜻을 잇고 실천한다는 종교적 신념 속에 민화위는 움직여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위해 신앙인으로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이 ‘기도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민화위에서는 전국적 차원뿐 아니라 지역 교구별로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사랑의 연탄 나눔’과 ‘나무심기’ 등 대북지원과 탈북민 정착 지원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러시아서 만난 북한 주민들

그로부터 통일을 위한 여러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신부의 길을 가게 되면서 내가 ‘민족의 일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러시아에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죠.”

그는 신부가 된 후 지난 2001년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그 낯선 땅에서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을 여럿 만났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이었지만, 그들과 짧은 시간 안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들과 금세 친해지면서 남북이 정치적으로 꼬여 있을 뿐 통일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적 갈등 없이 그들을 만나보니 알겠더군요.”

그는 인간과 인간은 가까워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다만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통해 이 같은 벽을 허무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했다.

러시아에 있다 3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서울 교구에서 의정부 교구가 분리됐다. 이때 의정부 교구를 자원해서 왔다. 의정부 교구가 북녘 땅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었다고.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 경기도 파주에 세워진 민족화해센터. 민족화해센터는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준비하기 위해 세워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민화위의 올해 계획

민화위에서는 올해 어떤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민화위에서는 올해도 신앙인으로서 기도운동에 중점을 두려 합니다. 그리고 교육적 역량에 집중해 ‘민족화해학교’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신부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민족화해학교’를 개강했다. 교회가 통일운동을 하는 이유, 북한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내용을 교육한다. 올해도 이같이 교육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일에 대한 공감을 형성해갈 계획이다.

통일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막힘없이 “통일은 결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에서 보듯,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이뤄지는 결실”이라며 “수많은 과정과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는 열망, 그 내부적 힘이 맺게 되는 열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통일에 대한 생각을 자신감 있게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통일을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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