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순정’. (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가장 아팠던 때, 그럼에도 가장 빛나던 그래서 미치도록 그리운 그날 우리에게 오늘은 항상 그런 날이 아닐까요? 내일보다 더 예쁘고, 내일보다 더 어리고 그래서 내일보다 더 용감할 수 있는 오늘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면 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용기를 내서 전하려고 합니다. 그 고마움을, 그 그리움을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보고 싶은 너에게.” -1991년 7월 12일 고흥에서 정수옥-

누구에게나 가슴 한편에 묻어둔 추억 속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처럼 풋풋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영화가 나왔다.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다.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이라는 단어 뜻을 가진 영화 제목처럼 푸른 바다처럼 투명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라디오 DJ ‘형준(박용우 분)’은 생방송 중 도착한 낯익은 이름의 편지 한 통을 받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연을 보낸 이는 23년 전 첫사랑의 이름 ‘정수옥(김소현 분)’. 한 자, 한 자 손글씨로 정성스레 적힌 노트를 보며 옛 추억 속에 잠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아 ‘범실(도경수 분)’과 ‘산돌(연준석 분)’ ‘개덕(이다윗 분)’ ‘길자(주다영 분)’는 수옥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 전남 고흥으로 모인다. 다섯 명이 모두 모여 완전체가 된 이들은 그 시절 하지 못하면 가질 수 없는 추억을 쌓아간다.

▲ 영화 ‘순정’. (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범실은 무뚝뚝하지만 사랑하는 수옥이를 위해 묵묵히 등을 내주는 일편단심이다. 그런 범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애를 가진 수옥은 라디오 DJ 꿈꾸며 아픈 몸이 빨리 치유되길 원한다. 밉지 않게 까불거리는 ‘개덕’과 훤칠한 외모에다 마라톤 특기생을 할 정도로 우직한 ‘산돌’, 웬만한 사내보다 우렁찬 ‘길자’와 범실은 그런 수옥이를 둘러싸고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들의 우정은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났다. 섬마을의 특권으로 버려진 배를 아지트로 사용했으며, 닭장에서 닭을 잡아 백숙을 끓여 먹기도 했다.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옛 추억을 떠올릴 만큼 이들의 추억은 아름다웠다.

10대들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다소 평이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5명 완전체의 연기로 단점을 커버했다. 또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릴 만큼 장관인 전남 고흥에서 올로케이션 촬영해 그림 같은 영상을 영화에 담았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올드팝과 대중가요 등은 추억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또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성인 역을 2인 1역 캐스팅한 것은 좋았다. 박용우와 박해준, 이범수, 김지호 등 든든한 연기파 배우들이 청춘의 모습과 현재를 대비시켜 줬다.

다른 영화처럼 화려한 CG도, 유별난 요소도 없지만 그 안에서 위기와 절정, 결말이 있어 흥미진진하다.

다만 배우들이 가장 신경 썼던 사투리는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해 아쉬웠다. 오히려 주연 배우들보다 고흥의 소문난 미친개 용수 역을 소화한 배우 박정민의 사투리가 가장 자연스러웠다. 중년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를 보고 추억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영화 ‘순정’의 개봉은 오는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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