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릉’에 대한 분석을 총망라한 종합학술조사보고서. 총 9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 보고서는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에 대한 보존 관리와 후속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자료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선왕릉 42기 10년 조사 보고서
고려 말 왕릉 ‘현정릉’도 포함… “기념비적인 역할”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봉분은 12각의 화강석으로 된 병풍석이 둘러싸고 있다. 병풍석에는 12지신상이 새겨져 있고 그 밖은 난간석이 둘려져 있다. 난간 밖에는 석호(石虎)와 석양(石羊) 각 4구가 교대로 있다. 봉분 앞에는 상석(床石)과 장명등이 있고…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보고서-태조 건원릉).’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에 대한 10년간의 연구성과가 담긴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조선왕릉은 지난 2009년 우리나라의 9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42기 전체를 총망라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없었다. 이에 이번 보고서는 조선 왕릉 전체에 대한 보존 관리와 후속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조선왕릉을 역사·건축·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해 정리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5일 공개한 이 보고서엔 조선왕릉 42기(남한 40기, 북한 2기)에 대해 2006년부터 수행한 분야별 전문연구 내용이 담겼다. 조선왕릉이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문화유산이라는 특성을 살렸다.

총 9권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고려 말에서부터 20세기까지 약 50년에 이르는 방대한 기간에 조성된 조선왕릉의 ▲정확한 조성 시기 ▲시대별 능제(陵制) 변화와 그 요인 ▲석물‧정자각‧재실 등 구성물의 현황과 특징 ▲17~19세기에 이뤄진 석물의 재활용 실태 등 왕릉의 역사성을 새롭게 규명하고 다양한 변화상에 대해 객관적‧종합적 연구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보고서엔 고려 말 왕릉인 ‘현정릉’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조선왕릉이 정립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민왕의 현릉과 부인 노국대장공주의 정릉은 조선왕릉의 틀이 만들어지는 데 기념비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 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엔 사진, 도면 등 왕릉에 대한 현황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그 면모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관련 기초정보 축적과 학제 간 연구를 중점적으로 한 가운데 ‘역사의 숲, 조선왕릉’을 국·영문판으로 발간,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 사업을 통해 태조 건원릉 등 조선왕릉의 능역과 공간구조, 석물 등에 대한 3차원 정밀스캐닝, 도면작성, 항공사진 촬영 등을 실시해 기초 학술자료 5만여건을 구축하기도 했다. 현재 이 자료들은 왕릉 보존관리, 왕릉전시관 운영, 학계·국민 등의 연구자료, 조선왕릉 홍보 등 정책과 학술 진흥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소는 또 의궤 등 고문헌을 분석해 ‘참도(參道)’를 ‘향어로(香御路)’로 수정하는 등 일제 강점기 이후 왜곡된 용어를 바로잡았다. ‘향어로’는 홍살문에서 정자각을 잇는 돌길이다. 신(神)이 가는 길을 ‘향로(香路; 神路)’, 왕이 가는 길을 ‘어로(御路)’라고 한다.

보고서 내용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는 지난 10년간의 조사결과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해 일반인도 흥미롭게 왕릉을 이해할 수 있는 웹사이트 개발에 착수했다. 아울러 조선시대 조각사에 있어 왕릉조각의 위상을 규명하는 연구 등을 통해 심화된 학술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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