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구글 갈등, 대만 무기수출 악재 잇따라
‘G2 협력시대’ 다짐 무색… 북핵 공조 차질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신년벽두부터 전개돼 온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 상무부의 예비 반덤핑 관세 부과로 점화되기 시작한 미-중간 갈등은 구글 이메일 계정에 대한 사이버 테러 및 인터넷 검열 논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결정 등 휘발성 강한 악재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을 키워왔다.

이런 와중에 대만 무기수출에 발끈한 중국 정부가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은 안된다"고 선제성 경고를 보낸데 대해 미국이 "그래도 오바마 대통령은 만날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 양국 관계는 `강 대 강' 출동이 불가피한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달라이 라마 문제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에 없는 고강도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이 재임기간 달라이 라마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보복조치는 없었다.

대만 무기수출로 의표를 찔린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지켜온 또 하나의 둑인 달라이 라마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주웨이췬 상무 부부장을 통해 사전 경고음을 냈다.

주웨이췬 부부장은 미국이 달라이 라마 접견계획으로 국제적인 규칙을 위반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달라이 라마 면담을 결정한다면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경고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한마디로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것이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뉴햄프셔 방문을 수행하는 도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고, 또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의 표면적인 이유는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종교 및 문화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는 것이지만 중국 측 입장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빠르면 이달중 달라이 라마의 미국방문을 계기로 `오바마-달라이 라마' 회동이 성사된다면,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분야에 걸친 양국의 관계는 메가톤급 파장의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미-중 G2 협력시대'를 열어가자고 했던 다짐을 무색하게 하면서, 비단 양국관계뿐만아니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조에도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외교가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북핵 6자회담의 의장국까지 맡아왔던 중국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유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이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강행할 경우, 양국간 협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는 물론 지역적 이슈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일단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 글로벌 경제, 비확산 등 상호 관심 분야에서 협력하고, 우리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성숙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비확산 문제와 관련된 북핵 대처에 큰 차질이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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