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매사 너무 꾸물대며 행동을 해서 부모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예컨대 부모가 매일 아침 아이를 깨우느라 여러 번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런 다음에도 아이는 화장실에서 20분, 옷 입는 데 10분, 밥 먹는 데 30분을 허비한다. 아이는 기질적으로 느리고 여유 있는 성격을 타고 났다.

이러한 유형의 아이에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대응 방법이다. 다만 엄마가 아이에게 요구되는 행동을 미리 일러주고, 중간에 행동의 확인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당황하거나 얼어붙거나 혹은 만성화돼 아예 무시하거나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다 마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행동을 멈추게끔 하라.

가령 화장실에서도 10분이 지나면 나오게끔 하고, 식사 시간도 미리 정해줘서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끝내게끔 한다. 이와 같은 규칙이 아이로 하여금 지금보다 더 빠르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가 정해진 시간 내에 과제를 완수하면, 반드시 칭찬을 해 주거나 작은 상을 내린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밥 먹다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글자 몇 줄을 채 읽지 못하고 TV 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 이와 같이 한 가지 주제의 놀이나 활동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는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다. 엄마는 먼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살펴본다. 그런 다음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마음껏 하게끔 내버려 두자.

여러 가지 활동을 조금씩 하는 것보다도 한 가지 활동을 충분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그러면서 점차 활동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순서다. 아이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주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시킨다. 장난감의 개수도 가급적 줄여서 아이의 집중도를 높여 준다. 또한 아이가 특정한 활동을 할 때는 주변의 방해되는 자극 또는 사물들을 치운다. 예컨대 밥을 먹을 때는 장난감을 치워야겠고, 책읽기를 할 때는 TV가 없는 방에서 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놀 때는 재빠르고 말귀도 잘 알아들으면서 씻으라고 하면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엄마가 겨우 옷 벗기고 화장실로 끌고 가야 억지로 씻는다. 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엄마가 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일부러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놀이와 씻기를 서로 짝을 지어 시킨다. 즉 놀고 난 다음에 씻기를 하자고 제안하거나, 혹은 반대로 씻고 난 다음에 놀기를 하자고 말한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 순서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아이가 선택하게끔 한다.

참을성이 다소 부족한 아이라면 놀기를 먼저 선택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씻기를 먼저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일단 놀기부터 먼저 선택할 것이다. 씻기를 먼저 선택할 경우 놀이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설명해 준다. 여하튼 아이에게 자율성과 필요성을 둘 다 강조하는 방법이다. 물론 씻기를 수행할 때의 집중력이 떨어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씻기를 결국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씻기는 싫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인식시켜 주자.

마지막 사례는 집밖에서 우물쭈물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다. 집에서는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큰소리도 내는데, 집밖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입 꼭 다물고 멀뚱멀뚱 서있기만 한다. 이는 아이의 불안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엄마의 노력이 중요하다. 아이를 안심시켜 주자. “너도 함께 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야” 내지는 “집에서처럼 말하고 행동하면 돼. 그리고 잘못해도 상관없으니 한 번 해 봐” 등의 말씀으로 아이를 격려한다. 일단 아이가 자신의 주저하는 마음을 이기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을 때 많은 칭찬을 해준다. 아이 스스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꾸물대는 아이들을 살펴봤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비난이 아니라 부모의 적절한 도움과 알맞은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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