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기판매서 달라이 라마 접견으로 '확전'

(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2일 미국에 두 개의 경고장을 날렸다.

자국의 항의와 경고에도 미국이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강행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접견을 강행할 경우 양국관계에 심각한 손상은 물론 미국과의 '협력'을 재고하겠다는 게 골자다.

티베트 문제를 담당한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주웨이췬(朱維群) 상무 부부장과 외교 채널의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포문을 열었다.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무기판매를 강행할 경우 양국간 협력이 필요한 국제, 그리고 지역 이슈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대만에의 무기판매 조치가 강행되면) 중.미 관계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웨이췬 상무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이 (달라이 라마 접견 계획으로) 국제적인 규칙을 위반하려 한다면서 "이는 양쪽에 해가 될 뿐 이득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이 (달라이 라마 접견)결정을 한다면 중국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지난달 29일 64억달러 어치의 첨단무기를 대만에 판매키로 최종 결정하고 이를 자국 의회에 통보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 문제로 '확전'에 나선 형국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대만에의 무기판매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 시절인 2001년에 결정됐다가 수면아래 잠복했던 사안을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꺼내 중국을 자극했다면 달라이 라마 문제에서는 중국이 '선수'를 친 셈이다.

지난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마이크 해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중국 정부에 분명하게 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중국이 대응을 삼가왔다는 점에서 근래들어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읽힌다.

특히 중국이 이날 미국의 대만무기판매가 강행될 경우 군사교류 중단은 물론 국제협력, 그리고 관련기업 제재 등의 조치를 재확인한 데 이어, 통일전선부의 주 상무 부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향후 양국간 갈등은 말이 아닌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미 양국은 지난해부터 인민폐 절상 요구와 거부, 중국산 강관 상계관세 부과와 반발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으며 지난 13일 구글이 인터넷 검열과 해킹사건을 이유로 중국시장 철수를 선언하자 인터넷 자유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등 사사건건 다퉈왔다.

양국 갈등이 정치.군사.안보 분야에서 경제.무역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인 셈이다.

실제 중국 상무부는 1일 자국산 시추용 강관 등에 대한 미 정부의 반덤핑 조치는 명백한 보호무역주의라며 이런 행동이 양국 무역관계를 위험하게 할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명백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조치의 최대 피해 당사국이 자국이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아울러 중국이 대미 보복조치로 대만에의 무기판매에 관련된 보잉,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을 제재하겠다고 밝혀 이들 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이에 미 백악관도 나서 자국 기업에 대한 어떠한 보복도 정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도 보복을 당하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 1일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의 대(對) 대만 무기판매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후 1년여 동안 힘으로 미국을 밀어붙여온 중국에 대한 반격의 서막이라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일전불사'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반발해 외국기업들을 제재한다면 중국도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국이 정부 기관들은 물론 언론매체까지 총동원해 대미 비난에 나서자 미 행정부도 대응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등 양국 갈등은 조만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중국 당국이 이날 협력이 필요한 국제, 그리고 지역 이슈에 대해 미국과의 협력이 어려움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혀 양국 갈등의 불똥이 주변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