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뒤 개헌 논의 본격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내 개헌 논의→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라는 개헌 시간표를 제시함에 따라 개헌론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를 조짐이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미 많은 국회의원과 일반 국민 사이에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면서 "이번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고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개헌 절차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더 나아가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하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도 전날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개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6월 지방선거전 개헌 논의가 사실상 어렵다면 2월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한 뒤 지방선거 후 논의를 시작, 연내에 개헌을 마무리하자"고 밝혔다.

이미 여권 주류측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설치, 연내 개헌 논의를 마치고 내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도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선거제 및 행정구역 개편을 비롯한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여권 지도부가 잇따라 개헌론을 제기한 배경에는 내년부터 총선.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2010년 개헌론'이 부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시의성'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집권 1기 새로운 법.제도 정비에, 집권 2기 경제위기 극복 및 선진화 발판 마련에 주력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 선거제 및 행정구역 개편을 한묶음으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여건도 성숙돼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께 "개헌을 한다면 앞으로 1년 안에 해야 한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가 `절대 강자'의 위치에 오를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원려(遠慮)'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친이(친이명박) 주류측이 개헌 논의에서 제왕적인 단임제 대통령제를 비판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국의 `뇌관'인 세종시 문제가 계속 꼬여가면서 넉달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이 확실해 개헌론이 달아오를 경우 `분산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도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권 주류의 `개헌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당장 `미래권력'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개헌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여권발(發) 개헌론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개헌 논의는 반대한다"면서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단 한차례의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치권 내에서는 `낡은 헌법'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기틀을 지탱하기는 무리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일각에서도 향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전 개헌 논의는 반대"라면서도 "대통령 단임제 폐해 극복을 위해 4년 중임제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지방선거 후 개헌론에 본격 뛰어들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이는 올 상반기에는 세종시를 비롯한 당면 현안과 6.2 지방선거 등으로 개헌론이 잠시 묻혔다가 지방선거 이후에는 여야간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개헌론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을 예고케 하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세종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점을 보이게 될 경우 여야 대권주자 사이에서 개헌론이 본격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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