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생산비 절감, 부품 결함으로 이어져

새해 벽두부터 일본 자동차 대표 브랜드 도요타와 혼다 ‘리콜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특히 안전한 자동차로 통했던 도요타는 이번 리콜사태로 신뢰가 깨지게 됐다. 아울러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는 도요타 리콜사태와 관련해 10일과 25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식 비용절감이 부품결함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이번 대규모 리콜사태의 주된 원인이다. 도요타는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을 공용화했으며,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확대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31일 “비용절감과 대량생산을 위한 부품의 현지조달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비용절감을 위해서 현지생산부품을 사용하는 게 좋지만 거래 부품업체가 증가할수록 품질관리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실제 도요타는 현지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업체들보다 우위선점을 했으나, 제품 결함으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에서 상품의 품질유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비용절감에만 신경 쓴 도요타를 지적하기도 했다.

차종에 관계없이 부품을 공용화하면 생산비를 줄일 수 있으나 특정 부품에 결함이 발견될 시, 리콜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도요타 자동차 결함은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다. 3년 전 미국에서 도요타 픽업트럭인 ‘툰드라’ 가속페달 결함이 신고됐으나 도요타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8년 유럽에서도 결함이 신고됐으나 역시 손쓰지 않았다.

현재 도요타는 가속 페달 결함으로 북미에서 800만 대를 포함해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대를 리콜했거나 할 예정이다. 혼다자동차도 창문 스위치 결함으로 64만 대 자동차를 리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펼친 대응책 역시 미미했다.

도요타는 2008년 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도요타는 900만 대 가량 판매를 예상하고 미국에서 생산설비를 1천만 대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판매실적이 떨어져 설비과잉으로 이어져 적자를 냈다.

세계 자동차기업들에게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도요타가 리콜사태로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리콜사태로 경쟁업체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현대·기아차의 경우, 포드와 함께 차종이 많아 이번 리콜사태의 최대 수혜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역시 도요타와 같이 전 세계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량을 늘리며, 비용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선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기아차 역시 현지부품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1990년대 중반 내수 축소에 위기감을 느낀 도요타가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해외 공장을 급속히 늘려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현대모비스 등 계열 부품 회사를 늘리거나 협력업체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자국 고객의 만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용 자동차 품질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새로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함이 발견되는 것도 문제이나 사후관리(A/S)가 잘 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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