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서소문역사바로세우기’ 학술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발제자 및 참석자 전원이 단체촬영에 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선시대 민중사 애환 담은 역사적 교육장소 활용 목소리

◆신세계 갈망하던 민란자들 처형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다 일으킨 대표적인 민란으로 꼽히는 것이 홍경래의 난(1811~1812)과 동학농민혁명운동(1894~1895)이다. 평안도 출신인 홍경래는 서북지방민에 대한 차별 대우에 시정을 요구하다 끝내 견디지 못해 세도정치에 저항하는 대규모 민란을 일으켰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서울 사대부는 평안 출신과 혼인하거나 벗하지 않는다고 기록됐으니, 그 차별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순조실록’에서는 정주성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한 홍경래를 비롯해 다수 지도자의 목을 베어 거리에 효시(梟示)했다고 기록됐다. 당시 2983명이 체포됐는데, 무려 1917명이 처형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동학농민혁명운동을 일으킨 농민 역시 서소문 지역에서 많이 처형됐다. 동학농민혁명운동은 전북 일대에서 동학이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일어난 반봉건·반외세 농민 봉기다. 삼정 문란으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중세적인 체제 모순을 개혁하고 신분 차별을 타파하는 한편 일본의 간섭과 침략에 맞서 저지한 농민봉기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동학은 최제우에 의해 창시돼 천도교의 근간 교리이기도 하며, 민족 고유의 경천(敬天) 사상을 바탕으로 유(儒)·불(佛)·선(仙)과 후천개벽사상 등의 민중 사상을 융합해 창시된 농민 종교다.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에 따르면 동학농민혁명은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차원 높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신분제를 극복해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열고자 시작됐으나, 일본의 신무기 앞에 실패했다. 전봉준 등이 서소문에서 처형됐고, 김개남 등의 지도자들의 수급이 효시됐다.

또한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봉건 세력에 맞서 개혁을 주도하던 이들이 처형되기도 했다.

◆많은 천주교 성인 순교 장소

천주교에서도 신유박해부터 병인박해까지 이르러 많은 신도들이 서소문 지역에서 처형됐는데,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4년에 시성된 103위 성인 중에서 44위가 이곳에서 순교했고, 2014년 8월 시복된 124위 중에서는 27위가 서소문에서 순교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으로 인해 한국 천주교는 국내 대표적인 순교 장소인 서소문을 단독 성지화 작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때문에 천도교와는 종교적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이화 전 동학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서소문의 역사는 우리 겨레의 상징으로서 천주교 교도들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사형장으로서 이용된 곳”이라며 “서소문과 관련된 역사인물과 역사유적을 살리는 기념조성물을 건설함으로써 종교 간의 갈등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발표회 일부 참석자들은 서소문역사공원 조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천주교와 천도교 간 갈등 해결을 위해 두 종단 대표자가 만나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2014년 11월 16일 서소문근린공원에서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천주교 단독 성지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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