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총선이 있는 해라 역시 다르다. 언론기관과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정초부터 총선과 관련해 정당에 대한 국민지지도 조사 결과를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지지 순위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순서로 나타났지만, 아직 창당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에 이어 안철수 신당이 2위로 부상된 게 특이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3위로 밀어냈다는 사실은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정치나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국민이 주인되게 하며, 희망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사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정부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당국가에서 정부를 이끌어가는 책임이 여당 몫이므로 정부나 국회도 정치, 정당이라는 큰 틀 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용해(溶解)되는 현상으로 인해 국민들은 정치의 본 주체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늦어도 설날 전까지는 창당하기로 한 안철수 신당의 명칭이 ‘국민의 당’으로 정해졌다. 창당 주역의 축에는 한때 ‘새정치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던 안철수 의원에다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전 공동대표 김한길 의원 등 탈당파들이다. 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새정치 이념에 동조하면서 현 정당 질서를 개혁하는 대한민국의 정당사에서 한 몫을 크게 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일념에서 공동 창당위원장으로서 합류하게 됐다.

과거에 신당을 창당하려던 안철수 의원이 제1야당에 입당했기에 미완의 장(章)으로 끝이 났지만 지금은 2년 전보다 한국정치가 더 어려운 지경에 내몰려 있다. 그것은 양당정치의 폐해(弊害)로 인해서다. 여당은 최소한 국민지지를 받았다는 입장에서 입장을 변화시킬 자세를 갖추지 않고 기득권에 물들어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변화하지 않고 이대로만 쭉 있어도 언제까지 제1야당의 위치를 점하면서 호위호식하고 있으니 자기 변혁이 될 리가 없다. 국민들이 정치에 질려 외면하고 있어도 여야 입장은 그대로인데, 그 좋은 예가 국회의원 지역구가 사라지기까지 선거구획정을 하지 않은 안일함과 무능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정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일이다. 즉 위민(爲民)정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정치인들이 자신 입장만 내세우고 자나 깨나 기득권 유지 속셈에 매몰돼 있다 보니 국민이 호응하지 않고 불신하는 정치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입을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구실이지만 국민 마음은 글쎄다. 말로만 정치개혁을 해야겠다 주장했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어려운 경제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일이 있었던가. 국민이 기피하는 못난 정치를 없애는 정치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구태정치의 청산이다. 그 핵심이 양당정치의 적폐(積弊)를 없애는 일일진대, 4월 총선을 앞두고서 정치 지형의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되는 가칭 ‘국민의 당’에 대한 국민 기대는 있을 만하다. 그 현상은 아직 창당되지 아니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현 제도권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선다는 것인데, 그 점에 대해 신당 참여자 측은 국민의 뜻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맙게 여기며 기존 정당의 안일함에서 탈피해 정당의 본 사명인 건전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면서 국민을 위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칭 ‘국민의 당’은 적어도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정당’을 목표로 내걸고 이념과 행동율을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단일 이름의 최장수 정당은 민주공화당인 바 고작 17년간이다. 미국의 민주당이 180여년, 공화당이 160여년째 존속되고 있는 데 비해 한국 정당이 20년을 이어가지 못했음은 그만큼 정당민주주의의 기반이 잡히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당의 존립 당위성이 지도자에 따라 수시로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태 청산을 내걸고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부르짖는 신당 출현에 대해, 의회민주주의 새 시대를 이끌 ‘3당 협치(協治)’의 만개(滿開)를 앞두고 국민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기대를 갖는 것이다.

양당정치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구조적 한계점에 와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4.13총선은 한국 정치의 또 다른 실험무대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존립돼 온 양당(兩黨) 구도를 타파하느냐, 국민 불신을 받는 구태정치가 과연 위민정치로 탈바꿈될 수 있느냐 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결과처럼 안철수 신당이 국민지지를 받아 제1야당이 될지, 최소한 안정적인 제3지대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총선에서 새바람을 일으켜 제1당으로 발돋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안철수 신당이 허세가 되지 않고 거품정당으로 남지 않으려면 ‘100년 위민(爲民) 정당’을 염두에 두고 국민마음을 잘 간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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