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누구나 다 개인의 행복과 성공을 꿈꾼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다 더 마음이 평안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만일 현재의 어려움을 감수하는 사람이라면, 그(또는 그녀)는 분명히 밝은 미래를 꿈꾸기에 기꺼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고 있음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인의 행복과 성공이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과 나눔, 그리고 배려의 주고받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독일의 심리학자 슈미트와 미국의 심리학자 소머빌의 2011년 공동 연구에 의하면 15개월의 매우 어린 유아가 두 사람 간의 공평한 분배를 판단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내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슈미트 등의 2013년 후속 연구에서는 3∼6세 아동이 공정한 나눔을 다짐할 수 있고, 7∼8세 아동은 이러한 다짐을 실제로 잘 실천하는 것을 관찰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간은 ‘공존’ 또는 ‘나눔’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오랜 기간 문명을 이룩하고 문화를 만들면서 살아왔던 인류가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것이 나 혼자만 잘 사는 것보다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인류문화학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 심리학적 차원에서도 공존의 욕구는 설명될 수 있다. 개인은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은 세상의 한 구성원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함은 대단한 심리적 만족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나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면 신바람이 저절로 생긴다.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일하면 주변의 칭찬과 인정을 끌어내고, 그 결과 더 신바람이 나서 성과가 더욱 커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자아실현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평소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나 신념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자아실현의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봉사나 헌신이다. 평소 이러한 가치를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어떠한 계기에 의해서 실천할 기회가 생긴다. ‘옳거니, 바로 이 때다’라면서 몸을 내던진다. 몸이 불편하고 고생을 해도 마음만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물 만난 고기처럼 행동하는 나에게 주어지는 주변의 찬사나 고마움은 그저 덤일 뿐이다. 이때는 외부의 인정과 칭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만족 내지는 자아실현이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만족의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도덕이라는 말을 얼른 들으면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고,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덕은 어렵거나 먼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도덕을 좋아한다. 상식과 사회적 관습에 의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도덕은 무척 쉽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도덕 시험은 비교적 쉽게 느껴지지 않았는가. 외우지 않았어도 잘 생각해 보면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과목이 도덕이다. 도덕은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도덕은 자율성이 바탕이다.

반면, 법률은 익히거나 외우지 않으면 잘 모를 뿐더러 강제성을 갖고 있다. 법률은 부담스럽지만, 도덕은 자연스럽다.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법을 어기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습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늘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도덕이요, 여기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바닥에 깔려 있다. 개인의 ‘도덕 지능(Moral Quotient, 미국의 정신의학자 로버트 콜스가 주창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큰 도덕적 만족을 추구한다. 그 결과 나는 세상 사람들과 즐겁고 원만하게 상호 교류를 한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넘겨줘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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