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국립박물관과 협력, 문화재 380점 전시

▲ 6세기 군마현 요쓰즈카 무덤에서 출토된 남자 하니와(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국립경주박물관이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오는 2월 21일까지 일본의 고훈(古墳)시대를 조망하는 특별전 ‘일본의 고훈문화’를 개최한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의 특별협력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회는 일본 내 9개 기관에서 출품한 380점의 문화재가 전시한다.

이 가운데 일본의 국보가 29점, 중요문화재가 197점이다. 아울러 당시 한일교류의 일면을 보여주는 우리 문화재 20점이 비교자료로서 함께 선보인다.

‘고훈’은 한자어 ‘古墳’의 일본어 발음으로 古墳이라 하면 ‘옛무덤’을 뜻하지만, 일본 고고학에서 고훈은 고대에 조성된 대형 무덤을 가리킨다. 이러한 고훈들이 집중적으로 조성되었던 시대를 ‘고훈시대’라고 한다. 3세기 중엽부터 6세기 후반까지에 해당하는 고훈시대는 이전의 조몬(縄文)시대와 야요이(彌生)시대 등의 선사시대를 지나 이후의 아스카(飛鳥)시대, 나라(奈良)시대 등의 역사시대로 넘어가는 다리역할을 한다.

당시 일본은 선진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신라·가야·백제 등과 활발한 교류를 해왔다. 이렇듯 고대 우리나라의 문화가 일본열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열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국내에 소개되는 자리는 드물었다.

이번 전시회는 고훈시대를 전반적으로 조망하는 국내 첫 특별전으로서, 고훈시대의 대표적 유적과 그곳에서 발견된 출토품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3부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제1부는 ‘히미코(卑彌呼)의 유산, 고훈의 등장: 고훈시대 전기’로 고훈시대를 연 여왕 히미코를 소개하고 야마타이국의 중심지로 추정되는 나라현 마키무쿠유적의 출토품과 나라현의 구로즈카 무덤, 도다이지야마 무덤, 메스리야마 무덤 등의 부장품들을 전시한다.

제2부는 ‘대형 무덤과 하니와의 세계: 고훈시대 중기’로 고훈시대를 통틀어 가장 큰 무덤을 만들었던 시기다. 청동거울의 수가 줄며 돌팔찌도 거의 사라지는 대신 갑옷과 투구가 등장한다. 이는 지배자의 성격이 종교적 지도자로부터 철기를 생산해 강한 무력으로 통치하는 군사적 지도자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황을 보여주는 전시품으로서 철제 도구를 만드는 데 썼던 단야구(鍛冶具)가 출토돼 주목 받은 나라현의 고조네코즈카 무덤의 부장품과 철제 갑옷의 발달을 보여주는 시가현 신가이 1호 무덤의 부장품을 선보인다. 신라계 이주민의 무덤으로 알려진 나라현의 니자와센즈카 126호 무덤에서 출토된 금동장신구들은 당시 활발했던 신라와 왜의 교류를 보여주고 있다.

제3부 ‘사라지는 고훈: 고훈시대 후기’는 고훈이 점차 사라지는 시기의 부장품을 전시한다. 나라현의 바쿠야 무덤, 다마키시로 무덤, 후지노키 무덤의 매장 주체부는 모두 굴식돌방무덤이다. 이러한 굴식돌방무덤은 백제로부터 일본에 전해졌다. 이 시기를 보여주는 전시품으로서 신라와 가야의 토기 제작술을 도입해 만든 스에키와 기마문화를 보여주는 말갖춤 등이 전시된다. 특히 후지노키 무덤의 금은으로 장식한 장신구와 말갖춤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금은세공품으로 신분을 과시했던 후기 지배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고훈’은 왕권의 강화, 장례 의식의 변화 등에 따라 점차 그 의미를 상실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특히 불교를 수용하게 됨에 따라 고훈을 축조했던 역량은 사찰을 만드는 쪽으로 옮겨 갔다.

▲ 5세기 나라현 이와미 유적에서 출토된 사슴 하니와(나라현립가시하라고고학연구소 부속박물관 소장) (사진제공: 국립경주박물관)

전시된 철기·갑옷·말갖춤·토기·금공품 등 각종 부장품에는 활발했던 한일 교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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