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노동개악 저지” “일반해고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노동계 “더 쉬운 해고 지침”
민노총 8일 총파업 투쟁 예고
한노총, 노사정위 탈퇴 시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해벽두부터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을 둘러싸고 첨예했던 노정 갈등이 신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지침 초안을 발표하면서 주요 노조 단체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진통이 커지고 있다.

일반해고로도 불리는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가장 반대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 당시에도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직무능력과 성과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은 두 사안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의 경우 현행법상 해고 사유인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 규정 외에 근로자의 성과가 부진한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춰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통상해고)’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 규정을 도입하되 여기에 여러 단계와 엄격한 기준을 두어 사용자의 해고 남용을 막는다는 게 핵심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전에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규칙인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 같은 요건을 완화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맞물린 사안이다. 정년 연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더 쉬운 해고’ 지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일반해고에 대해 요건 강화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용자의 입맛대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주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이번 지침 발표에 대해 ‘노사정 대타협’ 파기로 간주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사정위 탈퇴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달 8일 총파업과 함께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연대도 정부의 지침에 대해 “근로기준법 23조를 회피하려는 재벌·대기업과 사용자의 민원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더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요건과 그 절차”라며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서 보장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률이 아닌 행정부의 지침으로 노동자 전체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SBS 라디오 방송에서 “(해고)대상을 선정할 때 개인적, 주관적 판단이 아닌 철저하게 업무 능력과 근무 실적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평가는) 매우 엄격한 절차를 가지고 진행된다고 보기 때문에 쉬운 해고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와 노동계를 넘어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어 향후 정국의 태풍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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