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년 전 미국 외교관이 한국의 모습을 찍은 사진 174점이 책 속에 담겨 출간됐다. 이 사진은 병합기념조선사진첩(1910)에 수록된 을사늑약 기념사진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진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사진에는 지워진 일본인 여성의 모습(오른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 출간
명헌태후 국장행렬·앨리스 루스벨트 서울 방문 등 사진 174점·학술논고 2편 수록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110년 전 미국 외교관이 한국의 모습을 찍은 사진 174점이 책 속에 담겨 출간됐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이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이란 제목으로 펴낸 책 속에는 1904년~1905년 로이터 통신원과 미국공사관 부영사를 지낸 윌러드 스트레이트(Willard Straight)가 촬영하고 수집한 사진 174점과 학술논고 2편이 담겼다.

특히 사진 중에는 1905년 일본에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당했던 을사늑약 체결 직후 찍은 양국 수뇌진들의 기념사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의 서울 방문 사진, 숭례문 앞을 지나가는 일본군의 행렬과 러일전쟁 시기 평식원 부근의 철도교 등 진귀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 미국공사관 앞뜰에서 서쪽 방향으로 촬영한 것으로, 수옥헌(지금의 중명전)의 모습이 잘 보이며, 그 뒤에 자리한 만희당 구역의 일부도 확인된다. 그동안 수옥헌의 정면 사진만 전해졌으나 동측면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이 책 출간을 위해 코넬대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김성옥 한국학 도서목록작성자의 도움을 받아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자료를 전수조사해 선별한 것을 수록했다.

책은 ▲미국공사관 ▲명헌태후 국장행렬 ▲러일전쟁과 서울 ▲앨리스 루스벨트의 한국방문 ▲궁궐 ▲한양도성 ▲거리풍경 ▲지방 ▲기타 ▲인물사진 ▲엽서류로 분류됐다.

▲ 헌종의 계비인 명헌태후의 국장행렬로 추정되는 사진이 6점이 남아있는데, 동대문 밖에서 동구릉 경릉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윌러드 스트레이트는 1904년 러일전쟁이 터지자 로이터통신사의 특파원으로 한국에 파견됐다. 통신원으로 잠시 활동하다 일본으로 떠난 그는 1905년 6월 미국 공사관의 부영사 직책으로 한국에 다시 들어와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의 방문을 공들여 준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도시 풍경, 역사적 사건, 사람 등을 담은 수많은 사진과 엽서, 보고서, 일기, 편지, 스케치, 예술작품 등 많은 자료를 남겼다. 20세기 초 한국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자료들은 모교인 코넬대학교에 기증돼 도서관에 보관 중이며, 동아시아 관련 컬렉션 중에서도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용산행 전차선로와 경의철도가 교행하는 지점으로 다수의 일본군인들이 증기기관차 위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 아래로 전차와 소달구지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에 책으로 펴낸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 중에는 처음으로 공개되거나 희소한 사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20세기 초 서울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은 국공립 도서관, 대학교 도서관, 연구소 등에 무료로 배포되며 신청사 시민청 내에 있는 서울책방에서 구입(가격 1만 5000원)할 수도 있다.

▲ 이 엽서는 숭례문 문루 근처의 성벽에서 남대문정거장 방면으로 촬영한 것으로 용산과 의주로 이어지는 전찻길이 각각 보이며,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남지(南池)도 확인할 수 있다. 남지(南池)는 일본 황태자의 방한 때 매립되어 사라졌다.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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