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덩이가 빨간 호기심 많은 원숭이의 모습. (사진출처: OBS 영상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원숭이는 ‘모성애·수호신·불자 보좌·장수(長壽)’의 상징
붉은 색은 ‘귀신(鬼神)을 잡고 악(惡)을 막아주는’ 의미
병신년(丙申年)은 ‘재주로 크게 흥하고 성공하는 완성(完成)의 해’
33은 하늘의 임금(天君)이 천민(天民)의 ‘무병장수와 평화’를 바라는 뜻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2016년 새해, 병신년(丙申年)을 맞았다. 병신년은 일명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그 의미를 우리 전통문화와 종교를 중심으로 한번 더듬어보자.

병신년은 10간(天干), 12지(地支)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60갑자 가운데 33번째로 돌아오는 해다. 10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이다.

먼저 33이란 숫자는 ‘완성(完成)’의 의미가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제야의 타종식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른 세 번 타종을 한다.

33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 수미산 정상에 있는 33천, 도리천(忉利天)에 부처님의 법음이 닿듯 인간 세계가 재앙이 사라지고 무병장수하는 도리천과 같은 세계가 되길 바라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그곳의 하루는 지상의 100년, 그곳의 존재는 수명이 1000세라고 한다.

하늘의 임금이라고 하는 제석천(帝釋天)이 수미산의 정상에 있는 도리천에 사는 천민(天民)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 즉 평화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 근거한 것. 즉 ‘세계인 모두 평화로움 속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독교에선 예수가 33세에 3년간의 공생애(共生涯)를 모두 끝냈으며 올해는 ‘신천기 33년’이기도 하다. 마호멧은 63세, 공자는 73세, 맹자는 83세, 석가모니는 80세에 이생을 마감했지만 예수는 33세에 유일하게 부활, 승천했다.

▲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일본의 압제 아래에서 해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미독립선언서엔 “아아, 新天地(신천지)가 眼前(안전)에 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하도다”라고 했다.

3·1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도 기독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으로 모두 33명이었다.

조선이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3.1운동 전개에 큰 바탕이 된 ‘독립선언서’에 “새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고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때… 세계 변화의 물결을 탄 우리는 아무 머뭇거릴 것도 아무 거리낄 것 없도다. (중략) 진리(眞理)가 우리와 더불어 나아가고 음침한 옛집에서 힘차게 뛰쳐나와 삼라만상(森羅萬象)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復活)을 이루어내게 되도다”란 내용도 담겨있다.

이 내용은 기독교 성경에 로마서 8장 19~21절의 피조물의 고대하는 바, 엡4장 22~24절의 옛 사람과 새 사람, 고린도전서 15장 51~54절의 부활에 대한 내용과도 상통(相通)하는 바가 있다.

조선시대 중기 1500년대 예언가로서 역학과 천문, 지리 등에 통달했던 남사고는 그의 저서 ‘격암유록’에서 “송구영신 호시절(送舊迎新 好時節), 만물고대 신천운(萬物苦待 新天運), 즉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하는 좋은 시절, 모든 피조물이 고대하는 새로운 하늘의 운세가 돌아온다”고 기록했다.

▲ 가족애와 모성애가 강한 원숭이 가족. (사진제공: 다음백과사전, 원출처: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 Mdemon)

또 60갑자의 기본이 되는 10간(天干), 12지(地支) 가운데 12지는 12개의 방위신(防衛神), 즉 수호신(守護神)으로 여겼던 자(子:쥐)·축(丑:소)·인(寅:호랑이)·묘(卯:토끼)·진(辰:용)·사(巳:뱀)·오(午:말)·미(未:양)·신(申:원숭이)·유(酉:닭)·술(戌:개)·해(亥:돼지)다.

병신년(丙申年)에서 병(丙)은 ‘남녘 병자’로서 십간(十干)의 셋째, 방위로는 남쪽, 오행(五行)으로는 ‘불 화(火)’에 해당되므로 ‘붉은 색, 밝다’는 뜻이 있다.

병신년에서 신(申)은 ‘원숭이’를 의미한다. 원숭이는 사람과 가장 유사하며 짐승 중에서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원숭이는 십이지 중 아홉번째의 지지(地支)로서 방향으로는 서남서쪽을 가리키며 원래 한자의 뜻은 ‘납, 펴다, 거듭하다, 말하다, 경계하다’의 뜻이다.

선조들은 원숭이가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위해 궁궐, 탑, 무덤에 서서 서남서쪽으로부터 다가오는 재앙(災殃)을 막아주고 있다고 여겼다.

▲ 청자 모자(母子) 원숭이 모양 연적(국보 제270호).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고려청자 모자원숭이모양 연적, 궁궐 지붕 위에 올렸던 원숭이 조각 등을 집안에 두면 ‘가장이 승진하거나 재앙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전해진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어린시절 불렀던 노래가락이 떠오른다.

원숭이는 인간과 생김새와 행동이 가장 닮은 동물로서 호기심과 꾀가 많고 재능이 많다. 원숭이는 우리나라의 옛 그림에서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강조된다.

원숭이 암컷은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뛰어들어 새끼를 보호할 만큼 강한 모성을 보여 준다. 일본에서는 강인한 생존력과 대가족을 논할 때 원숭이를 예로 든다.  

▲ 조선 후기 장승업이 그린 ‘송하고승도’의 일부. 소나무 줄기에 걸터앉은 노승에게 불경을 두 손으로 바치는 원숭이를 묘사했다.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이밖에도 원숭이는 ‘동서양의 종교적인 영물(靈物)’로 통한다.

불교에서 보면 원숭이가 ‘불자를 보좌하는 동물’로 나온다. 유명한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원숭이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 도교에서는 원숭이는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나온다. 천도복숭아는 한번 열매를 맺는데 3000년이 걸린다는 상상의 과일이기도 하다. 

인도의 신화 ‘하누마트’에서 원숭이는 변장술에 능하고 불사의 능력이 있는 신성한 신(神)으로 등장하며 이집트에서는 ‘창의력과 지성’을 의미하는 서기관의 신 토트(Thoth)를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붉은 원숭이의 붉은 색은 양(陽)의 색이고 태양의 색, 밝은 색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음양오행에서 붉은 색은 ‘큰 성공이나 생명 등 기운이 번창하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에서는 ‘잡귀를 잡아 악(惡)을 막아주는 색’이라고 믿는다.

기독교 성경의 요한계시록 20장엔 “용을 잡으니 곧 옛 뱀이요 마귀요 사단이라 잡아 일천 년 동안 결박해 천년동안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고 마귀를 잡는 예수님의 피가 붉은 색이요, 예수님의 말씀이다. 우리나라 풍습 가운데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먹는 붉은 팥죽을 장독대 등에 뿌리며 잡귀가 물러가고 복(福)이 오길 소원하기도 했다.

▲ 사람의 신체에 얼굴과 팔은 원숭이의 형상으로 표현한 불화 ‘십이지번-원숭이’. 사찰에서 큰 행사 때 벽사(辟邪: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뜻으로 걸었던 불화(佛畵).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도교에서는 원숭이를 무릉도원에 사는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원숭이는 잡귀를 쫓기 위해 궁궐 지붕 추녀마루에 올려졌던 잡상 등 생활 곳곳에 길상의 소재로 등장했다. 신라시대 무덤에 원숭이 토우(土偶: 사람이나 동물, 기물 등을 흙으로 빚은 것)를 부장(副將)할 정도로 원숭이는 유사 이래 길상(吉祥)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졌다.

불교 문화권에서 원숭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동물로 여긴다. 중국에선 큰 건물이나 사찰 등에 원숭이 상을 세워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의 내용에서는 ‘손오공’이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법사를 도와 변신술 등으로 온갖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법사를 도와 변신술 등으로 온갖 잡귀를 물리치는 원숭이의 모습을 묘사한 고화(古畵).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원숭이가 부부지간의 사랑이 섬세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지극한 모성애’를 상징하는 것은 ‘창자가 끊어질 만큼 마음이 몹시 슬프고 애가 탄다’는 뜻인 ‘단장(斷腸)’이란 말의 유래에서 알 수 있다.

중국 진나라 때 촉나라 정벌을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가 나뉘어 탔는데 그 중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다. 그 어미 원숭이가 그 배를 100여리나 따라왔지만 슬피 울다가 지쳐 죽었다. 그 때 군사들이 그 어미 원숭이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 조선 백자 철화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국보 제93호). (사진제공: 문화재청) 

병신년은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에선 ‘아이 낳기 좋은 해’로 통한다. 원숭이는 재주 많고 지혜로운 영물로 통했고, 출세와 성공을 상징해 사대부 방의 그림이나 각종 문방구를 장식하기도 했는데 원숭이가 석류나 포도를 따는 그림이 많이 있다. 석류나 영근 포도알은 ‘장수(長壽)와 다복(多福), 다남(多男)’을 상징하고 이것이 선비의 사랑방 기물에 장식이 되면서 ‘벼슬과 출세, 성공’을 의미하게 됐다.

▲ 조선 백자 철화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국보 제93호) 일부. (사진제공: 문화재청)

원숭이가 ‘꾀가 많고 재능이 많은 것’을 의미함에 따라 새해는 ‘재주로 크게 흥하는 해’로 기대되고 있다. 병신년의 뜻이 좋게 풀이되는 이유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그 성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새해 병신년엔 그동안 어려웠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새 희망이 가득한 ‘송구영신(送舊迎新), 변화와 혁신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 원숭이해를 맞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을 지난해 12월 23일(수)부터 오는 2월 22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고 있다. 이 전시에는 ‘장승업필 송하고승도(張承業筆 松下高僧圖)’,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 등 원숭이와 관련된 자료 총 70여 점이 소개된다.  

▲ 국립민속박물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 포스터.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 원숭이가 게를 잡는 장면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로서 과거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뜻. (사진제공: 고려대학교박물관)

▲ 원록도(猿鹿圖). 윤엄, 조선 중기.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가 땅에 있는 사슴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사자(獅子)춤 마당에 등장하는 탈. 종이로 만들었으며 붉은색 바탕에 흰색, 검은색, 금색 등으로 채색을 함. 양쪽 귀에서부터 이마까지 동물의 털을 대고 코 양옆에 구멍을 뚫어 수염을 심음. 탈 위쪽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어 고깔모양의 붉은색 탈보가 바느질되어 달림. 탈 양옆에 구멍을 뚫어 탈보와 같은 천으로 만든 탈끈이 달림.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 포도원숭이 향로. (사진출처: 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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