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조의궤-성상태실가봉석란간조배의궤 표지 (사진제공: 문화재청)
조선왕조의궤 등 10건 국보 지정 예고
조선만의 독특한 전통, 예법 중시 여겨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조선왕조의궤 등 10건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왕조에서 길례(吉禮)·흉례(凶禮)·군례(軍禮)·빈례(賓禮)·가례(嘉禮)를 비롯한 여러 대사(大事)를 치를 때 후세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정리한 책이다.

의궤는 태조 때 최초로 편찬하기 시작해 일제강점기까지 계속됐으나, 조선 전기 의궤들은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제작한 것이다. 조선왕조의궤는 제작 방식에 따라 손으로 쓴 필사본(筆寫本)과 활자로 찍어낸 활자본(活字本)으로 구분할 수 있고, 열람자에 따라 임금이 보는 어람용(御覽用)과 춘추관․지방 사고(史庫) 등에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나누어진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조선왕조의궤 1760건 2756책은 일제강점기 이전에 제작된 의궤로서 어람용 의궤, 분상처가 확인되는 분상용 의궤, 분상처가 확인되지 않는 의궤 중 필사본 등이 해당된다. 조선왕조의궤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조선만의 독특한 전통으로서, 예법을 중시하고 기록을 철저히 보존하려는 조선시대의 우수한 기록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고려 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는 1307년 작가 노영(魯英)이 흑칠한 나무 바탕 위에 금니(金泥, 아교에 갠 금박가루)로 그린 금선묘(金線描) 불화이다. 앞면에는 아미타여래와 팔대보살을 표현했고, 뒷면에는 고려 태조가 금강산 배재(拜岾, 절고개)에서 담무갈보살에게 예경(禮敬,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드림)하였다는 전설을 그렸다.

앞면은 엄격한 상하 2단 구도, 섬세하고 우아한 귀족적인 인물표현과 유려한 선묘, 단아한 형태미를 기반으로 하는 고려불화의 특징을 잘 담았고, 뒷면은 뚜렷한 윤곽선과 치형돌기(齒形突起, 산의 윤곽선 바깥쪽에 이빨 모양으로 돋아난 부분), 침형세수(針形細樹, 나무를 바늘 모양으로 표현하는 기법) 등에서 북송대 이곽파(李郭派) 화풍을 반영했다. 고려시대 사경화(寫經畵, 불교 경전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그림)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금선묘 기법과 높은 완성도, 작가와 조성연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고려 불화와 산수화풍 연구에 있어 가치가 높은 자료이다.
 
▲ 구례 천은사 대세지보살좌상(왼쪽)과 노영 필 아미타여래구존도(오른쪽) (사진제공: 문화재청)

‘구례 천은사 삼장보살도’는 1776년에 천은사 대법당(극락전) 중단(中壇)에 봉안하기 위해 화련(華連) 등 14명의 화승(畵僧)이 제작했다. 삼장보살도는 수륙재와 관련된 불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제작되기 시작해 16세기 이후 많은 작품들이 남아 있다. 천은사 삼장보살도는 18세기 후반기 불화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현존하는 삼장보살도 중 유일하게 화기(畵記) 란에 흰색 글씨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낱낱이 기록해 놓아 삼장보살의 도상(圖像)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구례 천은사 관세음․대세지보살좌상’은 보살상의 복장(腹藏, 불상을 만들 때 뱃속에 봉안하는 사리 등의 물건)에서 발견된 조성발원문에 따르면 태능(太能)과 영원(靈源)의 발원으로 조각승 현진(玄眞)을 비롯한 5명의 조각승들이 1614년 6월에 조성한 불상이다. 이 2구의 보살상은 중생을 닮은 듯 실재감 있는 얼굴, 힘 있는 선묘, 늘씬한 비례감을 갖춘 17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외 익산 심곡사 칠층석탑 출토 금동불감 및 금동아미타여래칠존좌상, 서울 흥천사 금동천수관음보살좌상, 익재난고, 퇴계선생문집 및 퇴계선생문집목판 등이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해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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