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개성 송악산 기슭에 위치한 고려 만월대 유적에서 출토된 금속활자(위), 개성 만월대 터에 남은 고려 왕궁 유적(아래). (사진제공: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천지일보(뉴스천지)

“남북 공동 발굴조사 통해 얻은 첫 성과… 의미 커”

태조 왕건, 고려 정궁으로 세워
만월대 ‘달을 바라보는 대’ 의미
11월까지 공동발굴조사 종료

막바지 활자 발견 성과 거둬
최고 수준, 고려대장경체 유사
출토 글자 2자뿐… 연구 한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북한 개성 송악산(489m) 남쪽 기슭에 있는 개성 만월대는 500년간 통일 왕조를 이룩한 고려의 왕궁이 있었던 곳이다. 태조 왕건은 나라를 세운 이듬해인 919년에 ‘달을 바라보는 대’라는 뜻의 고려 정궁(正宮) 만월대(滿月臺)를 세웠다.

만월대는 약 38만평(125만㎡) 규모로 50만평에 달하는 황성 옛터에 자리했으며, 이 중에서 왕이 머물렀던 궁성은 약 12만평(39만㎡)을 차지했다.

만월대는 1361년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에 의해 모두 불에 타 없어졌으나, 8.15 광복 후 북한의 복구·정비로 지금의 모습(터와 돌 구조물, 4좌 돌계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북한 국보 문화유물 제122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개성 만월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개성 역사 유적 지구’에 속해 있다. 지난 11월 30일 만월대에 대한 제7차 남북공동발굴조사가 종료됐으며, 발굴조사 결과 금속활자 1점을 추가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한 개성에서의 금속활자 발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56년에 북한이 6.25 전쟁 중 파괴된 개성 만월대 유적을 보수·정비하는 과정에서 신봉문 터 서쪽 300m 지점에서 금속활자 1점(方角頁 방각혈, 이마 전)을 발견했다. 이 금속활자는 현재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금속활자는 남북 공동 발굴조사 중에 ‘처음’ 나온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7차 발굴조사 대상 지역은 북측 고고학계에서 추가 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근거에 따라 선정됐다. 사연인즉, 90년대 말에 북측 관계자가 만월대 지역 관리를 하다가 만월대 서쪽 지역에서 작은 금속편을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금속활자와의 연관성에 주목하지 못하고, 만월대를 끼고 흐르는 광명천에 버린 사실이다.

조사팀은 11월 중순까지 발굴 작업을 벌여 바둑돌, 철갑옷 편, 금제 유물 편 등 작은 유물들을 다수 찾아냈지만 금속활자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 조사 기간 막바지인 11월 14일 오전에 금속활자 1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사 기간 마지막까지 금속활자를 발굴하고자 했던 남북 공동 조사팀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초기 보존처리와 실측 작업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성과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 검토 결과, 이번에 출토된 금속활자는 여러 특징상 고려 활자로 확인됐다. 크기는 가로 1.36㎝, 세로 1.3㎝, 높이 0.6㎝이며 글자 면을 제외한 몸체의 두께는 0.16㎝이다. 사진상으로 ‘嫥(전일할 전)’의 형태와 유사해 보이는데, 우방 아래쪽의 자획이 ‘方(방)’ 자로도 보여 확실한 검토가 수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협의회는 시기의 하한(下限)을 만월대가 소실된 1361년 이전으로 설정, 향후 남북 공동 연구를 심화할 계획이다.

현재 공식 확인된 고려 금속활자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 1자(方角頁 방각혈), 국립중앙박물관 1자(山+復 복)로 단 2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것은 과거 발굴된 것보다 비교적 정교하고 매우 잘 쓴 활자다.

협의회는 “서체는 1956년 만월대에서 출토된 활자와도 다르고, 증도가자와도 다르다”며 “증도가자나 직지는 불경 인쇄를 위해 사찰에서 만든 활자로 볼 수 있는데, 발굴된 활자는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측은 이번에 발굴된 금속활자가 고려대장경체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 금속활자는 세계 최고 구텐베르크 활자에 한 세기 앞서는 대단히 중요한 민족유산으로서 이번 발굴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며 “개성 만월대에서 발굴조사 중에 금속활자가 출토된 것은 유물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고려 활자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 주는 세계적인 민족유산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출토된 글자가 단 2자에 머물러 있어 연구 조사에 큰 한계였다.

협의회는 이번에 출토된 금속활자가 관련 학계의 활발한 연구로 활자 특징, 연대 등에 대한 부분이 규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공동 발굴조사는 2016년에도 추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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